[해외 명광고]엽기적인 상상력 황당한 유머 '폭스스포츠TV'

  • 입력 2001년 8월 20일 19시 08분


마침내 폭스 스포츠 TV(Fox Sports TV) 광고가 2001년 칸에서 필름부문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이 광고는 엽기적인 상상력으로 황당한 웃음을 자아내는 유머 작법으로 최근 2, 3년간 광고계의 관심을 모았다.

이번 수상작도 같은 틀을 유지하고 있다. ‘당신이 관심 있는 지역의 스포츠만 전해주는 밤 11시 지역 스포츠 뉴스’란 이 광고는 인도, 러시아, 터키, 중국을 소재로 해(미국인들에게는 이 나라들이 변방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그곳에서 펼쳐지는 ‘믿거나 말거나’ 식의 스포츠를 선보인다.

그 대표적 예인 터키 편. 수영복 차림의 한 남자가 절벽 위에 설치된 다이빙대 위에서 심호흡을 한다. 이어 그는 허공에 몸을 던진다. 그러나 밑은 물이 아니라 맨땅이다. 풀썩 먼지를 일으키며 맨땅에 처박히는 남자. ‘퍽!’하는 음향효과까지…. 너무나 황당한 나머지 일단은 웃음이 터져 나온다.

더 재미있는 것은 그 상황을 지켜보던 관중의 모습이다. 실망했다는 투의 표정들. 이어지는 화면에는 심사위원들의 점수가 자막으로 나온다. 6.5, 6.0, 7.5, 4.0…. 좋지 못한 점수, 묘기가 보잘 것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웃기는 웃었는데 그 웃음 뒤에 뭔가 추스를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이 따라온다. 마치 조폭인 양 병으로 자신의 이마를 내리쳐서, 그 깨진 병으로 곰을 위협하는 ‘엽기토끼’의 유머에서 느꼈던 감정이랄까.

낡은 틀의 유머와 슬랩스틱 코미디(좌충우돌하는 몸동작으로 웃기는 코미디)로는 사람들을 웃길 수 없는지 이런 ‘엽기’ 류의 유머가 요즘에 자주 눈에 띈다. 이런 최신 유머에 토를 다는 사람 있다면 ‘아날로그 인간’으로 치부받을 지도 모르지만 ….

그러나 아날로그 인간이 되더라도 토를 달아야겠다. 아무리 배삼룡 식의 자빠지는 코미디로 해결이 안된다 하더라도 사람을 소품 취급하는 온기없는 유머를 생산해야 하는 것일까?

“튀어야 광고 아닙니까?”라고 반문한다면 할 수 없다. 전가의 보도를 꺼내는 수 밖에.

“광고는 휴머니즘입니다.”

김 홍 탁(광고평론가·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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