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아파트 복도積置物 과태료 논란

  • 입력 2001년 8월 19일 18시 52분


19일 오전  영등포구 Y아파트 복도의 자전거
19일 오전 영등포구 Y아파트 복도의 자전거
‘개정 소방법에 따라 앞으로 아파트 복도나 계단에 자전거 등과 같은 물건을 방치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니 31일까지 모두 치워달라.’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Y아파트 입구. 평소 ‘생활체육교실 모집’ 등 각종 광고문으로 도배돼 있던 게시판에 ‘경고성’ 공고문이 나붙었다. 공고문을 끝까지 읽은 주민 김모씨(31·여)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해결할 문제지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며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8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새 소방법에 따라 아파트를 비롯해 백화점 할인점 극장 등 다중이용시설의 복도나 계단 등에 소방 활동에 지장을 주거나 화재시 대피에 장애가 되는 물건을 놓다가 적발되면 30만∼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주민들은 “복도통행에 장애를 줄만큼 물건을 내 놓은 것도 아닌데 과태료를 부과하면서까지 제재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주민들 스스로 정비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 못한 정부정책이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인근 H아파트에 사는 이모씨(34·여)는 “지나치게 많은 물건을 내놓는 것을 규제하는 것은 화재 등 재난 발생시 주민 안전을 위해서 불가피한 일이지만 화분을 내놓는 것까지 일률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방방재본부측은 “화재시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입장. 화재가 날 경우 사람은 평상시처럼 사물들을 인지하고 지각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작은 물건이라도 대피에 장애가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소방방재본부는 백화점 할인점 극장 등 화재가 날 경우 많은 인명피해가 예상되는 건물을 집중 단속할 계획이다.

그러나 소방당국이 아파트에 대해서는 관리사무소가 있는 곳은 3년에 한번씩, 관리사무소가 없는 곳은 2년에 한번씩 점검할 계획이어서 개정 소방법이 제대로 지켜질지 의문이다. 한 아파트 관리소장은 “관할 소방서의 지시로 아파트 단지마다 공고문을 붙이긴 했지만 주민들의 협조가 없으면 강제로 물건을 치울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소방방재본부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아파트 계단이나 복도에 물건을 놔두는 것은 찾아보기 힘들고 심지어 외국계 대형 할인점 등의 계단이나 복도가 토종 할인점보다 훨씬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을 정도”라며 시민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진한기자>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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