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아직도 심재학이 미워?"

  • 입력 2001년 8월 17일 18시 17분


올 2월 현대에서 두산으로 트레이드됐다는 통보를 받았을 때 심재학(29)의 머릿속에 첫 번째로 떠오른 느낌은 ‘황당함’이었다. 그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고 했다.

곧바로 두산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하와이 전지훈련을 마치고 서울에 돌아온 뒤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두번째 느낌은 ‘미안함’이었다. 두산팬들은 심정수와 맞바꾼 트레이드에 대해 “미친 짓”이라고 구단을 욕하며 ‘구장 안가기 운동’까지 벌이고 있던 상황이었다.

한편으론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래도 워낙 ‘순둥이’인지라 심재학은 “괜히 내가 민망하고 송구스러웠다”며 당시를 회상한다.

하지만 시즌을 3분의2 이상 소화한 지금, 심재학을 미워하는 두산팬은 아무도 없다. 두산의 잠실 홈경기가 열리는 날엔 오른쪽 스탠드에 많은 팬이 ‘두산해결사 심재학’이란 초대형 현수막을 붙여놓고 목이 터져라 그를 응원한다. ‘심슨’이란 그의 팬클럽도 생겨났다.

프로는 성적으로 말한다. 심재학이 올시즌 거둔 성적을 보면 입이 쩍 벌어질 만도 하다.

시즌 타율 0.341(290타수 99안타)로 4위. 1, 2, 3위를 독차지한 외국인선수들을 제외하면 0.341은 국내타자 가운데 가장 높은 타율이다. 뿐만 아니라 출루율 2위(0.477), 장타력 3위(0.566)에 타점(66)과 홈런(16)은 각각 10위에 랭크돼 있다.

그가 더욱 돋보이는 것은 찬스에 강하다는 점. 16일 잠실 삼성과의 경기에서도 3-3으로 맞선 8회말 삼성 갈베스를 우월 1점홈런으로 두들겨 팀의 4-3 승리를 이끌었다. 이 경기는 두산의 삼성전 7연패와 팀 3연패를 끊는 중요한 게임이었기에 그의 한방은 더욱 빛을 발했다.

김인식 감독은 “그동안 두산의 ‘붙박이 4번’이었던 김동주가 5번으로 밀릴 정도니 심재학의 팀 내 비중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은근히 심재학을 치켜세운다. 이제 두산팬은 심재학 없는 두산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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