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말벌-땅벌과 힘겨운 전쟁

  • 입력 2001년 8월 9일 21시 37분


토종꿀 생산단지로 유명한 강원 강릉시 연곡면 삼산리 부연동마을 주민들이 최근 토종벌통을 습격, 벌들을 죽이고 꿀을 빼앗아가는 말벌과 땅벌 등 야생벌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마을 주민 18가구가 재배하는 토종벌통은 4000여개로 채취시기인 추석 때마다 6억여원의 매출을 올리곤 했으나 올해는 야생벌들의 횡포로 생산량이 절반정도로 뚝 떨어질 전망.

올해 야생벌들의 기습이 잦은 이유는 장마가 계속된데다 동해안의 경우 잇따른 산불로 벌들의 양식이 되는 밀원(蜜源)이 부족하기 때문.

이와 함께 토종벌을 보호하기 위한 항공 산림방제가 금지되면서 말벌과 땅벌 등 야생벌의 개체 수도 급증하고 있다는 것.

이 마을 박영애(朴英愛) 토종벌 작목반장은 “토종벌 크기의 5배가 넘는 말벌 3∼5마리가 한 개의 토종벌통에 들어가 1만5000여마리의 토종벌을 대부분을 전멸시키고 있다”며 “야생벌을 죽이지 않으면 우리가 죽는 필사적인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도둑벌’의 공격이 점차 거세지자 부연동 마을 주민들은 저마다 잠자리채와 나뭇가지를 꺾어 들고나와 침입을 막고 있다. 또 야생벌들의 다리에 농약을 묻힌 솜을 매달아 되돌아보내는 방법도 쓰고 있다.농약을 묻혀 자기집으로 돌아간 말벌이 방안을 휘돌게 되면 애벌레 등 다른 벌들이 몰살되기 때문.

토종벌들도 벌통으로 침입하는 말벌 한 마리당 일벌 50마리가 에워싸며 대항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강릉에서 가장 오지지역에 놓인 부연동은 “마을 진입로가 포장이 되고 사람이 몰려오면 토종벌의 생존여건인 마을환경이 파괴된다”며 마을사람들이 진입로 포장을 거부하고 있는 곳이다.

<강릉〓경인수기자>sunghy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