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옛날에 오리 한 마리가 살았는데'

  • 입력 2001년 8월 3일 18시 28분


▼'옛날에 오리 한 마리가 살았는데' 마틴 워델 글/린 옥슨버리 그림/50쪽 7500원/시공주니어▼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책방 나들이도 하고, 나름대로 좋은 책이라고 여겨지는 책들도 사 주지만 아이는 여전히 책 읽기를 싫어한다며 하소연하는 아이 엄마들을 가끔씩 만나게 된다. 그런 엄마들에게는 아이를 위해서 날마다 책을 읽어주는지 되묻곤 한다. 듣기 능력을 잘 기른 아이는, 굳이 책읽기를 채근하지 않아도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랄 것을 믿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줄 때는 의무감으로 읽어주는 것 보다 읽어주는 이도 즐기면서 읽는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책 읽기 방법일 것이다.

아이들은 물론 부모들도 좋아하는 그림책 ‘곰 사냥을 떠나자’로 널리 알려진 헬린 옥슨버리의 또 다른 작품인 이 책은 “옛날에 옛날에…”로 이야기를 시작하며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이들은 흔히 옛날 이야기를 해 달라며 졸라대지 않는가?

게으름뱅이 농부와 농장의 모든 일을 도맡아 하는 오리 한 마리, 그리고 소와 닭, 양 따위 아이들과 친숙한 동물들이 등장하는 이 이야기는 옛이야기에서 흔한 주제인 ‘권선징악’을 주된 이야기 구조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식상하지 않은 점은 동물들의 대화를 사람의 말로 쓰지 않고 그저 그 동물소리를 흉내내는 말로 표현한 점이라 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신선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모자를 벗는 것조차 귀찮아서 자면서도 모자를 쓰고 자는 게으름이 뚝뚝 묻어나는 농부의 모습, 농장 안팎의 모든 일들을 혼자서 해야 하는 오리의 축 늘어진 어깨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오리 얼굴을 보면 설명투의 말이 아닌, 의성어만으로도 그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된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그림책으로, 동물 소리를 흉내 낼 때는 정말 그 동물이 된 것처럼, 피곤한 오리의 목소리로 또는 화난 암탉의 목소리로 읽어보길 바란다. 4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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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혜경(주부·서울 강북구 미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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