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쟁점토론]'소형아파트 건축 의무화' 부활

  • 입력 2001년 7월 27일 18시 44분


《건설업체들이 아파트를 지을 때 일정비율은 반드시 전용면적 18평 이하의 소형으로 짓도록 하는 ‘소형주택 의무비율 제도’ 부활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와 전세 입주자들은 외환위기 이후 건설업체들을 살리기 위해 이 제도를 폐지했으나 그 후유증으로 전세금이 지나치게 오른 데다 시장기능에만 맡길 경우 업체들이 수익성이 좋은 대형 평형만 짓기 때문에 제도 부활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건설업체들은 이 제도가 시장원리에 위배되는 데다 소형평형 공급을 늘리려면 정부가 소형평형을 짓는 업체에 세제지원이나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

▼찬성/전월세 안정위해 불가피▼

외환위기 이후 침체에 빠진 주택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는 건설업체에 대한 자금지원 확대와 대출금리 인하, 세제감면 등의 지원책을 강화했다. 이와 함께 아파트 분양가와 평형별 공급비율 등에 대한 규제도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등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들어 지난해보다 주택건설 물량이 4% 늘었으며 특히 주택난이 심한 수도권 지역에서는 증가율이 12%에 달하는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시장불안 요인 또한 만만치 않다. 예년과 달리 여름철 비수기인데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지역과 분당 일산 등 신도시의 소형주택을 중심으로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최근에는 이러한 현상이 수도권 전체로 파급되면서 서민층의 주거불안을 심화시키고 있다. 특히 재건축이 활발한 서울 강남지역에서는 기존의 소형 평형이 중대형으로 건설된다는 기대감 때문에 매매가격과 전세금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이 영향으로 멀쩡한 주변 아파트까지 재건축 기대감에 들뜨면서 주택가격이 오르는 이상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집값과 전세금이 동반 상승하는 현상은 재건축에 대해 1998년 소형주택 의무비율을 폐지함에 따라 건설업체들이 수익이 많이 나는 중대형 아파트를 주로 건설함으로써 소형주택 공급이 모자란 데 따른 것이다. 서울지역의 경우 전체 주택 중 30% 정도를 재건축으로 공급하고 있어 재건축이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유력한 수단이다. 그러나 작년에 건설된 재건축 아파트 중 전용면적 18평 이하의 소형주택은 9%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97년말까지 ‘소형주택 의무비율 제도’에 따라 20% 이상을 18평 이하로 건설하도록 한 것과 비교할 때 매년 10%포인트 정도의 물량 공급이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전세물량 자체가 절대 부족해져 서민층의 주거비 부담이 크게 증가했다. 이러한 통계 수치를 바탕으로 수도권에서 소형주택을 꾸준히 확충하기 위해서는 재건축과 민영주택에 대해서도 소형주택 의무비율 제도를 재도입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공공택지에서 건설되는 주택이나 지역·직장·재개발조합이 건설하는 주택은 현재도 이 제도가 적용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제도가 시장원리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98년부터 현재까지 경험한 것처럼 시장 기능에만 맡길 경우 건설업체들이 소형주택 건설을 기피한다는 사실이 이미 증명됐다. 시장기능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게 작동하지 않으면 정부가 부분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불가피하며 이는 정부의 의무이기도 하다.

정부는 8월중 지방자치단체와 소비자단체, 주택업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 재건축이나 민영아파트에 대한 구체적인 공급비율과 적용기준을 정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재건축조합원들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마련해 재건축이 위축될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를 해소할 계획이다.

한만희(건설교통부 주택정책과장)

▼반대/정착된 시장원리 왜 흔드나▼

정부가 발표한 전월세 안정대책은 그동안 정부가 견지해온 부동산경기 활성화 대책과 방향이 달라 혼란스럽다. 정부는 양도세 및 등록세 취득세 완화 등 각종 정책을 내놓으며 부동산 경기 부양 및 경기 활성화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정반대의 정책이어서 혼돈스럽게 하는 것이다.

소형주택 의무비율을 폐지한 98년 상황을 돌아보자. 외환위기의 여파로 건설업체가 줄줄이 무너지고 경기가 저점에 머물자 정부는 일단 건설업체를 살리고 보자는 뜻에서 소형주택 의무비율을 폐지했다고 판단된다. 당시에도 전문가들은 이 제도를 폐지하면 서민들의 내집 마련이 어려워지고 집값과 전세금이 오를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 조치는 주거의 질을 향상시키고 업체들의 자율 경쟁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촉매제로 작용했다. 이젠 아파트 시장에서 업체들이 무분별하게 소형평형을 외면하고 대형평형만 공급하는 시대는 끝났다. 용인 등 일부 지역에서 소비자들이 대형평형을 외면하면서 소형평형에 대한 인기가 급등하자 업체들은 앞을 다퉈 소형평형의 아파트 공급에 나서고 있다. 시장원리가 작동한 것이다.

소형평형 의무비율제를 부활시켜도 실효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전월세 시장의 수급 불균형은 급격히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주택이 공급되는 시기는 2∼3년 후가 되기 때문이다.

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예를 들어 강남지역은 대형평형에 대한 수요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소형평형을 의무적으로 짓게 하면 입주민 사이의 위화감 문제도 커질 것이다. 시장환경에 맞는 틈새시장도 인정해줘야 한다.

건설경기를 부양한다고 소형평형 의무비율을 폐지해 놓고 이제 와서 서민을 위해 다시 부활시킨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건설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하면 다시 폐지를 논할 것인지 묻고 싶다. 건설업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 소형평형을 많이 짓는 건설업체에 대해서는 세제지원과 용적률 인센티브 등 다양한 혜택을 주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소형평형 공급이 늘어날 것이다.

둘째, 아파트시장이 주도하는 부동산시장을 다가구, 다세대, 단독주택 등에 대한 지원 강화로 다변화해야 한다. 아파트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차시설과 주변 편의시설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와 정부는 이런 점을 고려해 정책을 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장 수요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이에 바탕을 둔 정책이 필요하다. 소형평형 의무비율을 폐지할 당시 전문가들은 향후 10년 내에 심각한 주택 수급 불균형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도 여기에 대한 대책은 세우지 않은 채 허송세월을 한 것이다. 정책은 이 정도의 앞은 내다봐야 한다.

앞으로 한 달 동안의 여유가 있다. 정부와 시민단체, 건설업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 일시적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을 만들어 내기를 기대한다.

박규선(한국주택협회 기획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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