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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7월 23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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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필자는 취재진들이 황당해하는 모습을 뒤로한 채 화장실로 가는 노모를 따라잡아 이야기를 나눴고 그는 샤워장으로, 필자는 라커룸으로 돌아왔다. 이를 안 일본 기자들이 필자를 둘러싸고 간접취재에 열을 올려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최근 시애틀 매리너스의 이치로와 사사키에 대한 취재 마찰로 급기야 구단에선 기자들에게 취재금지 조치를 내리는 일이 벌어졌다. 물론 다시 풀리긴 했지만 사사키의 말대로 이들은 파파라치의 취재에 사생활을 빼앗길 정도에 이르렀다.
팬의 궁금증을 풀어 주어야만 하는 언론과 사생활의 침해를 받지 않으려는 선수와의 마찰은 미국 선수에 비해 일본 선수들이 훨씬 큰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
박찬호의 경우 일본과는 다르지만 금년 첫 출전한 올스타전 후 몇 가지 크고 작은 사건 때문에 피곤함과 마음에 작은 상처를 입은 듯하다. 물론 박찬호는 동행 취재하는 현지 특파원들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도리어 호형호제하며 외롭거나 문제가 있을 땐 상담을 할 정도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처음 방문하는 ‘높은 사람들’이나 메이저리그에 대한 사전지식과 준비도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예를 들어 라커룸에서는 금기사항인 사인볼을 한 다스나 해달라는 식으로 주변 사람들까지 당황하게 만든다.
경기에 집중하려고 무던히 애를 쓰는 찬호를 이해한다면 우리는 그를 좀더 편안하게 해줄 필요가 있다. 집중력 없는 투구로 메이저리그에서 1승이란 있을 수 없으므로….
허구연<야구해설가>koufax@ne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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