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非전문가 고교생 법률자문사이트 개설

  • 입력 2001년 7월 19일 19시 00분


“저는 2년간 정식 법학 교육을 받은 법률 전문가입니다. 누구든 도와드리겠습니다… 저스틴 앤서니 위릭 2세.”

마커스 아널드(15)는 지난해에 애스크미(ask me)라는 회사의 웹사이트인 애스크미닷컴에 이런 광고를 게재했다. 애스크미닷컴은 애스크미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같은 이름의 소프트웨어의 안정성을 입증하기 위해 개설한 무료 사이트. 애스크미는 기업들이 각 부서에 흩어져 있는 각종 전문지식을 원활하게 교환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애스크미닷컴도 어느 사이엔가 사람들이 각종 전문지식을 무료로 구할 수 있는 사이트가 되었다. 이 사이트에서 사람들의 질문에 답변을 해주는 전문가들은 자신을 홍보할 겸 자발적으로 나선 사람들로서 답변의 질에 따라 사이트 사용자들에 의해 순위가 매겨진다.

아널드군은 위의 광고를 게재할 당시 이미 애스크미닷컴에서 법률 분야 답변자들 중 10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때까지 그는 이 사이트에서 자신을 25세의 청년이라고 간략하게 소개했었다.

광고가 게재된 후 아널드군에게 쏟아지는 사람들의 질문은 더욱 늘어났고 그의 순위는 곧 애스크미닷컴의 형사법 전문가들 중 3위까지 올라갔다. 나중에는 집으로 직접 전화를 걸어 사건 수임료를 물어보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물론 아널드군은 정식으로 법학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고등학생일 뿐이었다. 심지어 기자가 그의 집을 방문했을 때 그의 책꽂이에는 법률관련 서적이라곤 전혀 없었다. 그는 책이 지루하기 때문에 책을 읽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렇다고 법률관련 웹사이트에서 지식을 얻는 것도 아니었다. 필자는 그에게 좀더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본 후에야 비로소 그가 TV를 통해 법률지식을 얻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법과 관련된 주제를 다루는 TV 프로그램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 프로그램들만 봐도 필요한 걸 모두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널드군은 애스크미닷컴에서 3위에 랭크된 후 자신도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양심의 가책을 느껴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그날 애스크미닷컴의 게시판에서는 작은 전쟁이 벌어졌다. 진짜 법률 전문가들은 아널드군을 비난했고 그에게 질문을 하고 답변을 받았던 사람들은 그를 옹호했다.

아널드군은 지금도 애스크미닷컴에서 여전히 법률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인터넷에서 무료로 법률자문을 해주는 법대 학생이나 전직 경찰관들과 같은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변호사협회의 리처드 그러냇은 인터넷을 통한 이러한 법률 서비스의 가장 큰 구성요소가 바로 정보이며 그 정보만으로도 법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인터넷은 특정한 정보와 관련해서 특권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던 사람들, 즉 변호사들의 입지를 붕괴시켜버린 셈이다.

그러나 인터넷이 등장한 이후 정식 교육을 통해 얻은 공식적인 지식의 중요성이 붕괴하고 있는 것은 법률 분야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닷컴기업 사람들이 정장 대신 캐주얼을 입듯, 지식도 이제는 인터넷 덕분에 격식을 차리지 않는 캐주얼한 것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http://www.nytimes.com/2001/07/15/magazine/15INTERNE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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