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7월 13일 18시 45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얼마전 ‘현대성의 형성-서울에 딴스홀을 허(許)하라’라는 책을 내놓아 장안에 화제가 됐던 김진송씨가 이제는 목수로 우리 앞에 다시 섰다. 나는 처음 이 책 ‘목수 일기’를 받아보고 저자를 확인하는 순간 그의 다채로운 이력에 잠시 혼돈스러웠다. 미술평론가이고, 전시기획자이며 출판기획자까지는 그렇다해도 그가 어떻게 목수가 되었다는 말인가? 정말 그렇다면 그의 목수일은 단지 호사 취미에 지나지 않으리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나는 글과 함께 실린 그의 작업에 적잖이 놀랬다. 그 스스로 작가와 목수 사이에 있다고 고백하듯이 이 책은 엔진 톱으로 반듯하게 잘린 규격화된 소재로 대량 생산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지는 여느목수들의작업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다른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홍수로 떠내려온 버드나무, 우체부 아저씨가 가르쳐 준 은행나무, 오래간만의 노동을 즐기러 온 지인들의 압력(?)으로 어쩔 수 없이 주어온 벚나무 등으로 만들어지는 가구들은 디자인이 없다. 그저 원래 생겨먹은 나무의 모양대로 깍고 다듬고, 칠해서 완성해 나가는 것이다. 마치 미켈란젤로가 돌속에 갇힌 누군가를 꺼내주기 위해 정을 들고 돌을 쪼았던 것처럼 김진송 역시 나무의 생김새를 조금 다듬는 일을 하고있을 뿐이다.
그 스스로, 대장장이는 연금술적 변환을 꾀하지만 목수는 그저 목수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듯이 그의 연금술은 돌이 금으로 변하는 연금술이 아니라 사고와 생활을 바꾸는 연금술일 것이다. 그렇듯이 그는 나무를 앞에 두고 끝없는 명상에 잠긴 연금술 꾼이다.
그러나 그 명상은 그냥 정신적인 초월이라기 보다는 노동을 통한 나무와 연장과 몸의 대화에 해당하는 이야기이고 한 초보 목수가 나무를 알아가는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가 이 책의 전부이다.
나는 이 책을 다 읽고나서 내가 앉아있는 의자를 만져 보았다. 살아있었다.
함성호(시인·건축가)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