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화제]감독의 ‘오버’는 무죄?

  • 입력 2001년 7월 12일 19시 04분


날씨가 더워서 짜증이 난 탓일까, 아니면 선수단에 주는 ‘무언의 메시지’일까.

최근 프로야구 감독들의 ‘오버액션’이 잇따르고 있다.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현대전. LG가 5-4로 앞선 7회말 공격에서 이병규가 안타를 치고 3루까지 뛰어 세이프되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현대 김재박 감독이 그라운드에 뛰어나갔다. “아웃타임이었는데 왜 세이프냐”고 약 5분간 핏대를 높인 김 감독은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뒤에도 분이 안 풀렸는지 방망이를 내리치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다.

11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LG전. 4-4로 맞선 9회말 1사 만루에서 우익수 희생플라이가 터졌을 때 3루주자 강석천이 홈에 파고들어 세이프됐다. 끝내기 결승점인 줄 알고 한화 선수들은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희희낙락. 하지만 LG 선수들은 3루주자가 일찍 스타트했다고 주장했고 이를 받아들인 3루심은 아웃을 선언해 졸지에 3아웃.

눈앞에서 승리가 무승부로 변하자 ‘뚜껑이 열린’ 한화 이광환 감독은 고함을 지르며 심판진에 항의했고 끝내 판정 번복이 안되자 더그아웃에서 의자를 벽에다 내던지며 씩씩거렸다.

김 감독과 이 감독은 야구계에서 ‘양반’으로 소문난 사람들. 평소 심판판정에 대해 항의하는 일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최근 두 감독의 ‘과격행동’은 일종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를 두고 선수단 안팎에선 심판에 대한 불만도 있겠지만 선수들을 자극해 투지를 유발하기 위한 ‘의도적인 제스처’라는 분석이 많다.

5일 김 감독의 행동을 보고 현대 김용휘 대표이사는 “김 감독이 그렇게 화를 내는 것은 처음 봤다. 혹시 선수 ‘독려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과거에도 감독들의 ‘오버액션’은 많았다. 삼성 김응룡 감독은 해태시절 의자를 부수고 심판에 대해 필요이상의 어필을 해 선수들의 단합을 유도했었다.

최근 들어 늘어난 ‘오버액션’의 진짜 의도가 뭔지는 감독들 본인만이 알 일. 이 같은 과격행동이 선수단에 과연 ‘약’이 될지, ‘독’이 될지….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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