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포럼]장수영/특혜 줘서라도 수학 키우자

  • 입력 2001년 7월 12일 18시 29분


근대 서양문명의 기초는 수학에 있다. 수학은 자연과학에서 사용하는 언어이며,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휴대전화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수학자들조차 생각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수학이 사용된다.

우선 디지털통신 이론은 1948년 샤논이 선형대수와 확률이론을 사용해 개발했다. 또한 휴대전화 안테나에서 기지국까지 전자파의 전파를 연구하려면 파동방정식을 풀어야 하는데 그 사이에 있는 건물, 숲 같은 장애물은 물론 전자파가 반사 및 회절하는 것까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

뉴턴과 라이프니츠는 미분적분학을 발명함으로써 천문학에 큰 발전을 가져왔고, 1920년대 양자역학의 발전은 편미분방정식과 무한대 차원의 메트릭스 역학을 활용함으로써 이루어졌다.

20세기 최고의 수학자인 힐버트는 “껍질을 벗기고 그 속에 있는 수학적 알맹이를 꺼내야만 과학적 이론을 마스터했다고 할 수 있다”라고 했으며 칸트는 “수학을 통해서만 진정한 과학적 실체를 만나게 된다”고 말하였다.

여성 생물학자이며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리타 콜웰 사무총장은 최근 수학 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현재 1억달러 정도인 수학 연구 예산을 5년 동안 4억∼5억달러로 증액시키겠다고 하였다. 수학은 모든 자연과학 발전의 도약판이며 정보기술, 나노기술뿐만 아니라 생명공학 기술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학의 노벨상에 해당하는 필즈 메달(Fields Medal)은 지금까지 42명이 받았는데 미국 17명, 프랑스 9명, 영국 6명, 일본 러시아 각 3명 등이다. 이와 같이 미국은 수학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수학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현재 45개 대학에서 연간 61명의 수학 박사와 18개 대학에서 16명의 통계학 박사를 배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취업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중도에 수학을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수학을 공부하려는 대학원생도 줄고 있다.

석사는 수학에서 연간 279명, 통계학에서 연간 129명이 배출된다. 또한 수학교육학 석사도 연간 362명이 배출되고 있다.

한편 학사는 수학 2770명, 통계학 1137명, 합계 3907명이 매년 배출되며 수학교육과에서는 별도로 1000여명의 학사를 졸업시키고 있다. 우리보다 인구가 두 배가 넘는 일본은 불과 5100여명을 배출한다. 결국 학사과정에서 불필요한 인원을 많이 졸업시켜 실직자를 더 많이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수학의 중요성을 인식해서 연간 박사학위 취득자 중 절반 정도인 40명의 인원이 3년 동안 박사 후 연수과정을 밟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새로 연구소를 설립할 필요는 없고 각 대학에 남아서 연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예산지원을 하면 된다. 연구원의 연봉을 2500만원으로 계산하면 첫 해에 10억원이 필요하고 2차 연도에는 20억원, 3차 연도부터는 30억원이 필요하다. 그동안에 좋은 연구업적을 낸 연구원은 각 대학에서 조교수로 채용하면 될 것이다. 이 경우 대학의 문호를 개방해서 가급적 다른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을 박사 후 연구원으로 채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하여 형평성 논란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수학은 다른 자연과학의 기초가 되는 데다 실험실이 필요하지 않아 경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들기 때문에 수학부터 시작하자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박사학위 취득 후 연수프로그램이 있지만 수학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등학교에서는 문과와 이과를 구분하지 말고 모든 학생에게 수학Ⅱ까지 필수로 가르쳐야 한다. 문과반 학생들은 대학에 가서도 수학을 배우지 않기 때문에 평생 수학과는 담을 쌓고 살게 되며 그런 교육을 받은 사람이 정부의 정책 수립자가 되면 자연히 수학의 중요성을 모르게 된다.

미국의 3년제 법과대학(로스쿨) 학생들은 학사과정에서 다양한 학문을 배운 사람들이며 문과를 전공하는 학생들도 수학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수학을 중시하면서 교육에 있어서도 충분히 배려하고 있다. 21세기에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수학에 특별한 관심을 보여야 할 때다.

장수영(포항공대 교수·전자전기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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