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화장품 사러 약국가요"…편의점식 '드러그스토어' 속출

  • 입력 2001년 7월 9일 18시 50분


《의약분업 실시 이후 약국이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기존의 약국처럼 일반 의약품 및 처방에 의한 조제약을 파는 것은 물론 건강관련 상품이나 일반잡화를 함께 판매하는 드러그스토어가 국내에도 등장한 것. 의약분업이 정착된 선진국에서나 볼 수 있었던 약국의 형태지만 최근 강남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속속 번져나가고 있다. 또 종합병원 주변에 있는 ‘문전 약국’은 기존 병원약국의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와 운영하는 조제중심의 약국형태가 됐고, 80∼90%를 차지하는 일반약국은 동네 병원을 중심으로 ‘헤쳐 모여’를 단행하고 있다.》

▽편의점인가, 약국인가〓회사원 이모씨(31·여)는 최근 감기몸살 때문에 처방전을 가지고 서울 강남구 신사역 근처 약국을 방문해 조제약 외에 기미와 주근깨에 좋다는 기능성 화장품을 추가로 구입했다. 약국에 건강식품과 기능성 화장품이 진열돼 있어 약사가 조제할 동안 ‘윈도쇼핑’을 하며 마음에 드는 화장품을 발견한 것.

아예 일반 편의점처럼 각종 상품을 함께 파는 드러그스토어도 등장했다. 회사원 김모씨(29)가 최근 들렀던 강남구 삼성동의 코엑스약국이 대표적인 사례. 편의점인 줄 알고 음료수와 과자를 사기 위해 들렀던 김씨는 건강용품코너를 발견하고는 비타민제를 구입했다. 김씨는 “드러그스토어는 편의점처럼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돌아다니며 살 수 있다는 점이 편리하다”고 말했다.

드러그스토어는 손님들이 물건을 살 때 약사들이 나서서 친절한 상담이나 조언을 해 주는 등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자랑으로 내세운다. 손님들의 반응도 좋아 드러그스토어의 매출도 평균 10∼30% 오르는 ‘부수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무엇을 살 수 있나〓대부분의 드러그스토어에는 조제약 외에 △미백 주름개선 자외선차단 등 기능성화장품 △치료보조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건강보조식품 △살충제, 곰팡이제거제, 청소용 도구, 구강용품 등의 보건생활용품 △혈압기기 당뇨측정기기와 같은 가정용 의료기기 등이 갖춰져 있다.

특화형 매장을 갖춘 드러그스토어도 생기고 있다. 제일제당이 운영하는 드러그스토어 체인망 ‘올리브영’은 여성들을 겨냥한 다양한 화장품을 약품과 함께 선보이고 있다.

이 밖에도 로레알 LG 시선네브 코오롱 등의 기능성화장품을 판매하는 드러그스토어는 전국적으로 400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또 약품 외에 취급하는 상품을 안경 운동기구 신발 가공식품 문구류 등으로 다양화한 ‘퓨전형 약국’을 지향하는 곳도 있다. 5년 전에 드러그스토어 형태의 약국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서울 중구 수정약국의 경우 상품을 계절별로 바꿔 운영하고 있다.

대한약사회의 한 관계자는 “국내의 드러그스토어는 주변에 병원이 없는 약국이 의약분업 이후 처방전이 줄면서 경영이 어려워지자 다른 물건을 함께 팔면서 활로를 모색하려는 시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진한기자>likeday@donga.com

▼외국에선/美 '건강 미용 체인' 많아▼

일찌감치 의약분업제도를 실시해 온 미국 유럽 등에는 드러그 스토어가 보편화한지 오래.

1879년 미국 켄터키주에 처음 등장한 ‘테라 드러그 스토어’가 효시로 꼽힌다. 지금과 유사한 형태의 드러그 스토어는 1901년 시카고에 생긴 ‘월그린’으로 현재 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체인 약국으로 성장했다.

초기 미국의 드러그 스토어는 약국 기능 이외에 패스트푸드 음료 바 등이 마련돼 있어 지역 주민들의 만남의 장소로 이용되기도 했다. 현재는 ‘주종목’인 약품과 기능성 화장품을 판매하는 ‘건강미용’ 전문 체인 약국이 대표적인 형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일본의 경우 70년대부터 드러그 스토어가 도입돼 현재 생활용품 유아용품 등을 함께 판매하는 점포가 차츰 늘고 있다. 차를 탄 채로 이용할 수 있는 ‘드라이브인(Drive-in)’ 드러그 스토어도 인기.

1990년대 이후 일본에서는 100평이 넘는 대형 드러그 스토어가 점차 많아진 반면 소규모 약국 수는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 전체 5만여개의 약국 중 드러그 스토어 형태의 약국은 1만2000여개인 것으로 추산된다.

일본의 대부분 약국은 불완전 의약분업으로 인해 처방전이 거의 안나오기 때문에 슈퍼마켓처럼 꾸며진 약국이 많다.

업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국내에서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대형 체인점처럼 운영되는 드러그 스토어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진한기자>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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