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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7월 5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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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1세기를 맞아 새로운 모형의 물대기 방식이 나타났다. 강원도는 지난번 가뭄 때 산등성이를 따라 20∼30m 간격으로 양수기를 설치하고 하천물을 2∼3㎞씩 끌어와 모를 심었다. 과거 농민들은 엄두도 못내던 일이었다.
6단계의 양수작업인데다 순차적으로 양수기의 시동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시동이 걸려 물이 올라오려고 하면 호스가 터져 물벼락을 맞기도 했다. 양수기의 힘이 모자라 물이 올라오지 않으면 다시 설치하는 등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물을 댈 수 있었다. 연료탱크가 작아 2시간만에 급유를 해야 하는 양수기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20ℓ 기름통에 호스를 연결하여 1일 2회 급유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은 농민들과 24시간을 함께 하며 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트랙터는 힘차게 논을 삶고 뒤이어 이앙기로 모를 심으니 순식간에 논바닥이 퍼렇게 생기가 돈다.
화천군에서는 직경 200㎜ 호스로 북한강 물을 2㎞ 이상 상류로 끌어올렸고, 홍천군 북방면에서는 3단계 작업, 고성군 죽왕면에서는 6단계 2줄 작업, 인제군 상남면에서는 6단계 작업 등으로 밤낮없이 물을 펐다.
이렇게 처절한 식량생산의 전장에서 고생해서 농사를 지어도 수지타산은 신통치 않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먹을거리 생산은 민족의 맥을 이어가는 생명산업이므로 항구적으로 농업을 살릴 수 있는 정책이 아쉽다.
양수기를 보내주고 관정을 파주고, 인력동원에 장비지원까지 혼연일체로 도와주는 분위기에 하늘도 감동했는지 비가 내렸다. 벼와 밭작물도 고개를 들고 들녘에 생기가 돌아 풍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농업인의 한사람으로서 농민들의 감사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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