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인터넷 시장에 넘치는 사람의 숨결

  • 입력 2001년 6월 24일 18시 48분


내 눈에는 세상에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인터넷으로 쇼핑을 해본 사람과 아직 해보지 않은 사람이다. 작년 초 쇼핑몰이 열린 이래 지금까지 다음쇼핑을 이용한 고객 수는 줄잡아 70만명. 웬만한 소도시의 전체 인구에 맞먹는 엄청난 인원이다.

사람 사이의 직접 접촉 없이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인터넷 쇼핑몰이 차갑고 비인간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인터넷쇼핑에는 ‘인간의 흔적’이 너무나 많이 남는다.

매주 인터넷으로 장을 보는 주부들은 대부분 직장 생활에 쫓기는 바쁜 사람이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두번씩 다음쇼핑의 슈퍼마켓에서 라면 통조림 분유 등을 산다. 하루는 배송문제 때문에 한 주부고객에게 급히 연락할 일이 생겼다.

오후 2시쯤 다섯살 정도 된 꼬마가 전화를 받았다. “울 엄마, 조금 늦게 들어오세요. 4시 넘어서 오실 거예요.” 4시쯤 다시 전화했다. 이번에는 형이다. “엄마, 아직 안들어오셨어요. 6시 후에 전화해 보세요.” 6시에 전화했다. 다시 꼬마동생이 받는다. “엄마, 아직 안들어오셨어요. 으앙, 나 배고파요.”

겨우 달랬지만 마음이 아팠다. ‘근데 우리 애는 밥이나 먹었나’ 하는 걱정도 생겼다.

얼굴 사이즈 축소에 효과가 있다는 마스크를 얼굴에 쓴 채 뱃살을 빼주는 운동기구와 밤마다 씨름하고 지방을 분해해주는 젤을 온몸에 바르며 깨끗한 피부를 위해 피지제거기를 사용하고 휜 다리를 교정해주는 벨트에 몸을 묶는 여성들. 이런 모습을 남들에게 공개하는 여성은 거의 없겠지만 주문정보를 살피다 보면 이런 고객이 적지 않다. 이분들에게도 인터넷쇼핑몰의 존재는 꽤 고마울 것 같다.

그 외에도 고가의 명품 지갑 하나를 갖기 위해 매달 1만∼2만원씩 12개월 할부를 불사하는 ‘폼생폼사’형 고객, 쇼핑운영자들도 감을 잡지 못한 히트상품을 먼저 발굴해 알려주는 유행선도파 고객 등 다양한 사람들이 쇼핑몰을 드나든다.

지난 2년여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여전히 나는 궁금하다. 아직 인터넷 쇼핑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과의 만남은 또 얼마나 흥미진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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