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심규선/일본의 '생트집 외교'

  • 입력 2001년 6월 21일 18시 42분


한국이 러시아와 정상적으로 합의하여 얻어낸 남쿠릴 열도(일본은 ‘북방 4개섬’이라고 통칭) 주변수역에서의 조업에 대해 일본이 계속 ‘트집’을 잡고 있다.

다케베 쓰토무(武部勤)농림수산상은 20일 한국과 러시아의 합의에 대해 “일본의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고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외상은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산케이신문은 21일자 사설에서 “북방 4개섬은 일본 고유의 영토인데 러시아가 불법점거하고 있다”며 “러시아와 한국이 일본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으면 더욱 강력한 대항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북방 4개섬’을 되찾겠다는 일본의 집념은 강하다. 그러나 그것을 한일 양측이 이미 합의한 한국어선의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내 어로허가를 유보하는 근거로 삼는 것은 억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원양업체들은 러시아와 협상을 벌여 99년부터 러시아측에 입어료를 내고 남쿠릴 열도 수역에서 꽁치를 잡아왔다. 작년에는 1만4000t을 잡았고, 작년 말에는 올해 조업물량을 1만5000t으로 합의했다.

이에 대해 잠잠하던 일본이 최근에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 것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내각의 등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남쿠릴열도는 현재 일-러간의 영유권 ‘분쟁지역’이지 일본 영토는 아니다. 실효적으로 이 지역을 지배하고 있는 나라는 러시아다. 한국정부는 그런 러시아와 협상을 해서 어획량을 할당받았다. 러시아 외무부도 “남쿠릴열도와 주변수역은 러시아의 영토이자 영해이므로 한국에 내어준 조업허가를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이런 사정을 무시하고 일본 정부가 약속한 어로작업을 허가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주권침해’라고 할 만하다. 한국 정부는 당당하게 대처해야 한다. 일본이 틀렸기 때문이다.

심규선<도쿄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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