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부부 뮤지컬 배우 주원성 전수경

  • 입력 2001년 6월 19일 19시 04분


“좋은 남자 친구였는데…. 그 남자는 사라졌어요.”

“사라지긴, 시퍼렇게 두 눈 뜨고 있는데.”

부부 뮤지컬 배우인 주원성(37) 전수경(35)이 순두부를 먹다 말고 갑자기 ‘한 남자’를 두고 티격태격했다. 기자 앞에서 웬 부부싸움?

옆자리에 있던 극단의 홍보 직원은 한술 더 떠 ‘이들 부부의 일상적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가만 듣다보니 전수경이 사라졌다고 아쉬워하는 ‘그 남자’는 결혼 전 연애 시절에 상냥하고 다정했던 주원성이었다.

뮤지컬계의 동료이자 잉꼬부부로 살아가는 이들은 7월5일부터 공연되는 ‘키스 미, 케이트(Kiss Me, Kate)’에 함께 출연한다. 15일 연습장이 있는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이들과 더블 인터뷰를 가졌다.

●키스 미, 케이트〓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재구성한 브로드웨이 코미디 뮤지컬. 99년 리바이벌 공연으로 토니상 5개 부문을 수상했다.

이혼한 부부 배우인 릴리(전수경)와 프레드(남경주)가 함께 연극 속의 연극인 ‘말괄량이 길들이기’에 출연하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주원성은 암흑가 건달로 릴리를 협박하다 뮤지컬 마니아가 되면서 작품에 웃음의 반전을 주는 총잡이로 등장한다. 이밖에 최정원 이건명이 출연한다.

‘고도를 기다리며’ ‘세 자매’ 등 정통 연극에 주력해온 임영웅이 97년 ‘지붕위의 바이올린’ 이후 4년 만에 뮤지컬 연출을 맡았다.

●키스 미, 수경〓90년 국내 공연된 ‘캣츠’는 두 배우의 인생을 바꿨다. 84년 뮤지컬에 데뷔해 한참 선배였던 주원성은 이 작품으로 뮤지컬에 처음 출연한 전수경을 보고 첫 눈에 반해 ‘작업’에 들어갔다. 당시 두 배우가 연습실에서 공공연하게 실실 농담처럼 주고받던 말이 있다.

“나 너랑 결혼할거야. 2세는 키가 커야 하거든.”(주) “왜 하필 나야. 키 큰 ○○, △△도 있는데.”(전)

농담이 씨가 됐는지 두 사람은 93년 5월 결혼에 골인했다.

뮤지컬 배우의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주원성은 소문난 춤꾼으로, 전수경은 개성적인 마스크와 뛰어난 가창력을 인정받았지만 뮤지컬 환경은 어려웠다.

“기본적으로 뮤지컬 공연이 많지 않았고 공연을 한 다음 개런티를 줄 제작자가 종적을 감추기도 했습니다. 수경이도 ‘42번가’의 앙코르 공연에서 경비 절감을 이유로 짤리기도 하고…. 요즘 뮤지컬 전용극장이 생긴다는 소식에 공연계 환경이 많이 좋아지겠다는 생각을 했어요.”(주원성)

●이 부부가 사는 법〓두 사람은 ‘캣츠’를 시작으로 ‘그리스’ ‘42번가’ ‘시카고’ ‘갬블러’ 등 약 20편에 함께 출연했다. 프로를 자부하는 두 배우는 함께 출연하는 것을 피하지 않는다.

주원성의 재담. “임영웅 선생이 ‘자네 하고 싶은 배역 골라봐’ 하더라구요. 프레드나 빌 같은 주인공은 시키지 않을 테니 암흑가의 총잡이를 골랐죠. 혼자 집에 있으면 뭘합니까. 같은 작품에 출연하면 교통비도 아끼고 시간도 같이 보낼 수 있어 장점이 많습니다.”

주원성은 지난해 ‘올 댓 재즈’의 포시역으로 화제를 모았고, 전수경은 이번 작품에 당당히 주역을 맡아 ‘단골 조연’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뗐다.

이들 부부의 팬 클럽은 지난해 이들의 활약을 측면 지원하는 뜻에서 홈페이지 ‘주전자(주원성 전수경의 자리·www.my.dreamwiz.com/joojunza)’를 만들기도 했다.

전수경은 “뮤지컬은 우리 부부에게 희망과 아름다운 꿈이고 때론 종교와 같은 신념을 준다”면서 “이번 작품에서는 주원성을 프레드로 바꿔 부르기만 하면 연기하기 어려울 게 없다”며 웃었다.

공연은 7월19일까지 월수금 오후7시반, 화목토일 4시 7시반.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2만∼7만원. 02-580-1300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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