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타순 파괴'…판도가 바뀐다

  • 입력 2001년 6월 5일 18시 36분


“바꿔야 산다.”

현대 사회는 격동의 시대다. ‘일란성 쌍둥이끼리도 세대차이가 난다’는 농담이 그저 웃자고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프로야구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올 프로야구의 가장 큰 특징은 타순 파괴. 지난해까지만 해도 붙박이 4번 타자였던 거포가 톱타자로 기용되는가 하면 하위타순의 그저 그런 선수가 일약 중심타선에 발탁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한화. 시즌 초 SK 해태와 함께 돌풍의 핵이었던 한화는 5월 들어 위기를 맞았다. ‘돌아온 홈런왕’ 장종훈이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다쳐 타격을 하기 힘들게 되면서부터 연패의 늪에 빠졌다.

이때 홀연 구세주처럼 나타난 영웅이 19세 고졸신인 김태균이다. 삼성 베테랑 내야수 김태균과 동명이인인 그는 시즌 초 대타로나 간간이 기용됐지만 장종훈 대신 일약 4번 자리를 맡으며 오히려 장종훈을 6번으로 밀어내 버렸다. 6위까지 떨어졌던 한화가 4위에 복귀한 데는 그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부상 중인 이영우 대신 무명의 김수연이 톱타자 자리를 굳힌 것도 한화의 강점이다.

LG는 ‘통계야구의 교주’ 김성근 감독대행이 지난달 16일 지휘봉을 잡으면서 아예 타순이 없는 팀이 됐다.

양준혁 이병규 김재현이 유지현을 밀어내고 차례로 톱타자에 기용됐고 ‘20억원의 사나이’ 홍현우 대신 권용관이 한 달째 하위타순을 지키고 있다.

현대도 비싼 달러를 주고 데려온 외국인 타자 필립스와 퀸란을 7, 8번에 기용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필립스는 시즌 초 4번에 발탁됐지만 심정수가 4번 타자로 중책을 맡으면서 선두로 치고 올라왔다.

삼성도 극단적인 타순 파괴로 재미를 본 경우. 삼성은 당초 발 빠른 마르티네스를 톱타자용으로 데려왔지만 요즘은 아예 그를 4번에 놓고 하위타순의 진갑용을 5번, 거포 마해영을 6번에 놓는 타순으로 타격의 집중력을 높이고 있다.

롯데도 김응국이 톱타자에 기용되면서 소총타선의 위력이 되살아났다는 평가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