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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5월 31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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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한 마디로 말해 애국주의(Patriotism)다. 그런데 나라마다 '애국' 을 강조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미국의 애국주의에는 좀 특별한 면이 있는 듯하다. 가까운 예로 미국의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개인집 현관에 대형 성조기가 항상 내걸려 있는 것이다. 다민족, 다인종으로 구성돼 흔히 '샐러드 바(Salad Bar)' 라고 불리는 미국 사회에서 애국주의는 국민을 통합시키는 핵심 이데올로기가 돼 있다.
▷반면 미국인들은 민족주의에 대해서는 다소간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듯하다. 평균적인 미국인들은 민족주의라고 하면 제3세계의 종교근본주의, 분리독립주의자의 무장투쟁, 지역분쟁 등을 쉽사리 떠올린다. 심하게는 민족주의를 세상 모든 불화(不和)의 근원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우리같은 단일 민족국가로서는 당연히 항변할만한 일이지만, 사실 그런 생각이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니다. 대동아공영권을 외친 일본의 군국주의, 아우슈비츠의 대학살을 일으킨 나치 독일의 극우 파시즘도 결국 극단적인 자민족 우월주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그런데 '진주만' 으로 대표되는 요즘 미국의 애국주의도 아름답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조무래기 불량국가들에 대응한다며 지구적 차원에서 추진을 선언한 미사일방어(MD), 우주 공간에까지 '팍스 아메리카나' 를 확장한다는 신군사전략 등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외교안보정책이 지구촌 식구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진주만' 이 미국의 현충일(5월28일) 직전에 개봉했다는 사실, 그 시사회가 미군 당국의 적극적인 협조 아래 항공모함 갑판 위에서 치러졌다는 사실 등이 그래서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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