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신윤호 ‘반항아’서 ‘에이스’로

  • 입력 2001년 5월 28일 18시 47분


올해 발간된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팬북에 신윤호(26)는 맨 뒤쪽 ‘육성군’란에 소개돼 있다.

그것도 다른 주전선수들처럼 화려한 수식어도 없이 신체조건과 출신교만 달랑 나와 있다. 통산 기록도 없다. 시즌 전 구단에서 그에 대한 기대치가 어땠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하지만 신윤호는 올해 LG 선수단 33명의 투수 가운데 가장 잘 던지는 투수다. 시즌 성적 4승 무패에 2세이브, 평균자책 3.52. 승리와 세이브, 규정투구이닝을 채운 투수중 평균자책 면에서 그를 능가하는 LG투수는 아무도 없다.

‘문제아’ ‘사고뭉치’…. 그동안 신윤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늘 듣기 안 좋은 것뿐이었다. 충암고 시절 150㎞를 뿌리는 ‘황금어깨’, 고졸 최초로 억대 몸값(94년 계약금 8800만원, 연봉 1200만원)을 돌파한 유망주의 명성은 온데간데없었다.

반항아적인 성격에다 한군데 집중하지 못하는 훈련 태도. 야구는 뒷전이었고 싸돌아다니는 것만 좋아했다. 아무리 빠른 공을 던지는 어깨라도 갈고 다듬지 않으면 효용가치가 없는 법. 어쩌다 마운드에 오르면 포수미트가 아닌 백스톱으로 날아가는 엉뚱한 공을 던지며 볼넷만 내주기 일쑤.

하지만 그런 신윤호도 야구선수 이전에 ‘아버지’였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 아내와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이 서서히 밀려들었다. 특히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태어난 아들 효수가 신장 이상으로 병치레를 하자 더 이상 인생을 낭비할 순 없었다.

마침 충암고 시절 자신을 돌봐주던 은사 김성근 감독이 LG로 온 게 행운. 지난해 겨울부터 그는 야구선수로 다시 태어났다. 김 감독은 신윤호와 만나 “너의 나쁜 점은 이제 다 버리고 좋은 점만 보고 야구를 하라”며 격려했다.

김 감독은 약간 스리쿼터 형식이던 신윤호의 팔스윙을 위에서 아래로 던지게 교정했고 변화구 컨트롤을 강조했다. 그 결과 직구 스피드가 줄어든 대신 변화구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알게 됐다는 게 가장 큰 변화.

김 감독은 “컨트롤, 힘의 배분, 변화구 이 3가지가 지난해와 달라진 점”이라며 “당분간 붙박이 마무리로 기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프로 입단 7년째에 비로소 ‘선수다운 선수’가 된 신윤호는 올 시즌이 끝난 뒤 결혼 5년 만에 아내 김민희씨(27)에게 면사포를 씌워주겠다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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