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 앞으로 1년]객실 27만 통역요원 수십명뿐

  • 입력 2001년 5월 28일 18시 35분


'방잡기 힘들어요'
'방잡기 힘들어요'
27일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일대 모텔촌. 일본인 유학생 다나카 유미코(田中優美子·27)가 월드컵 개막 1년을 앞두고 동아일보 취재진과 함께 숙박시설을 찾았다.

20여 모텔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이 곳은 유흥가를 끼고 있는 전형적인 ‘러브호텔’ 밀집지역. 문화관광부와 서울시는 최근 이들 모텔을 월드컵 때 외국인 관광객이 묵을 ‘월드인(World Inn)’으로 지정하고 세제 혜택과 시설 개보수 자금을 지원했다.

이 덕분인지 이 지역 모텔들은 건물 외관과 내부 인테리어가 산뜻하고 세련돼 보였다. 그 가운데 가장 깨끗해 보이는 A모텔로 다나카씨가 들어갔다.

다나카씨가 일본어로 “1박을 할 수 있습니까?”라고 묻자 모텔 종업원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계속되는 일본어에 당황했는지 종업원은 결국 “노 저팬(No Japan)”이라고 대답했다.

▼글 싣는 순서▼
1. 월드컵 준비의 불안
2. 인프라 구축의 현주소
3. 월드컵 열기와 문화의식
4. 흑자 월드컵의 고민
5. 공동 개최의 문제해결
6. 월드컵 개최 이후

다나카씨는 “월드인을 호텔보다는 수준이 조금 낮은 숙박시설로 알고 있었는데 주차장 입구가 발로 가려져 있고, 에로비디오가 진열돼 있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각종 인프라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회 기간에 수많은 외국인들이 몰려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들이 안심하고 편하게 월드컵을 즐길 수 있는 인프라가 아직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숙박시설〓전체적인 객실수는 부족하지 않다.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월드컵 때 찾아올 외국인이 35만∼38만명으로 추산되지만 서울 부산 대구 등 월드컵이 열리는 10개 도시 객실수는 모두 32만2563실. 관광호텔 4만3406실, 여관 등 일반 숙박시설 27만9157실이다. 객실당 1, 2명 정도가 숙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적인 객실 공급은 충분하다는 게 문화부의 분석.

문제는 외국인들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객실은 그리 많지 않다는 점. 관광호텔의 경우 숙박요금이 비싸 알뜰 관광객들이 이용하기 힘들고, 모텔이나 여관의 경우 외국인이 마음놓고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나 서비스가 제공되는 경우가 드물다.

특히 시설이 상대적으로 좋은 러브호텔의 경우 잠시 이용하는 낮 손님을 받기 위해 외국인 숙박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다나카씨는 낮에 ‘투숙 목적’으로 모텔방을 잡기 위해 여러 군데를 돌아다녔지만 모두 실패했다.

외국인들이 전화 예약을 하거나 모텔이나 여관을 찾을 때 외국어로 응대할 수 있는 종업원이 거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문화부는 8월 한국정보통신이 운영하는 ‘예약 및 통역 시스템 콜 센터’를 설치해 숙박업소에 찾아온 외국인과 종업원, 통역자를 전화(스피커폰)로 연결해 통역할 계획이다. 하지만 콜 센터에 배치할 통역 인력이 수십명에 불과해 27만실인 전국 모텔과 여관이 이용하기에는 부족하다.

종업원들의 무뚝뚝한 태도가 부드러운 매너로 바뀌어야 한다. 특히 월드인으로 지정된 러브호텔의 경우 고객 사생활 보호 측면에서 손님들에게 될 수 있으면 말을 걸지 않는 것이 관행이다. 이 때문에 친절한 종업원 서비스에 익숙한 외국인들이 오해할 여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대기오염〓환경부에 따르면 월드컵을 공동 개최하는 한일 양국 도시들의 대기 성분을 비교한 결과 국내 도시의 평균 아황산가스(SO2)가 일본 도시 평균에 비해 60% 정도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미세먼지도 일본 도시보다 90%나 많았으며, 이산화질소(NO2)도 16% 정도 많았다. 게임과 관광을 위해 두 나라를 오갈 각국 선수단과 관광객이 이 같은 차이를 어떻게 평가할지 우려된다.

오존 발생 문제도 심각하다. 월드컵이 열리는 6월의 오존 발생 건수가 연중 가장 많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발령된 오존경보 22건 가운데 13건이 6월에 몰렸다. 경기도도 29건 가운데 12건이 이 기간에 발령됐다.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동차의 운행을 줄이기 위해 월드컵 기간 중 차량 2부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또 도색시설을 갖춘 자동차 정비공장, 세탁소, 인쇄 출판업소, 주유소, 소각시설 등도 가동률을 조정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그러나 1년 안에 대기오염 문제가 해결될지는 의문이다. 지금도 하루에 수백대씩 차량이 증가하고 있고, 천연가스 등 청정연료를 사용하는 차량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외면받고 있기 때문이다.

▽교통〓월드컵이 10개 도시에 분산 개최되는데다 차량 2부제가 실시되기 때문에 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교통당국은 보고 있다. 다만 대회 당일 경기장 주변 도로에 많은 차량이 몰릴 것으로 보여 경기장 주변 일정 지역을 경기장 이용자만 진출입할 수 있도록 일시적으로 통제하는 방안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송진흡·차지완기자>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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