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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5월 28일 0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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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 이직 바람이 불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헤드헌팅사나 온라인 잡포털 사이트에는 직장을 옮기려는 사람들의 이력서가 밀려들고 있다. 직장을 잃은 사람이 많기 때문이겠지만 멀쩡한 직장을 떠나 ‘또다른’ 출발을 하려는 사람도 적지않다. 그러나 직장을 옮기는 일은 숙고에 숙고를 거듭해야 할 인생의 대사(大事).
전문가들은 단순히 나의 시장 가치가 얼마인지를 따질 게 아니라 회사를 옮기려는 목표와 명분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무작정 시장에 나서지말고 사전 컨설팅을 통해 이직하는 게 좋은지, 기존 회사에 남는 게 좋은지를 면밀히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헤드헌팅업체 성업중〓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99년말 현재 한국 직장인의 평균 근속연수는 6년이다. 94년 7.08년에 비해 15.3% 짧아진 것. 근속연수가 짧아진 시점에 때맞춰서 국내에도 헤드헌팅업체가 본격 소개되기 시작했으며 현재 200여개사가 성업중이다.
▽스스로를 평가하라〓이직하고 싶은 사람들이 우선 생각해야 할 것은 자신에 대한 냉정한 평가다. 특정 업무에 있어서 나의 경쟁력이 얼마나 되는지, 실무 처리능력은 남보다 우수한지 등을 평가해야한다. 예를 들어 마케팅 매니저가 되고 싶으면 마케팅 전략기획에서부터 리서치 능력, 영업능력, 홍보력을 두루 갖춰야한다. 한 분야만 그럭저럭 한다면 도전해도 성과가 좋지 않다.
또 진짜 이직하고 싶은지, 아니면 단순히 현재 소속된 회사에 일시적으로 불만이 있는 것인지를 냉철히 따져 보아야 한다. <표참조>
자기진단을 통해 이직하기로 결심했다 하더라도 시기와 대상은 시간을 두고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옮기고자 하는 직업군에 대한 시장조사를 우선 하고 그에 걸맞은 자기경력을 개발해두는 것이 좋다.
▽낯선 분야에 도전하지 말라〓워낙 새로운 직업이 많이 생기는 시대라 직장을 옮기면서 아예 직종도 바꾸려는 사람이 적지않다. PC 영업을 오랫동안 해온 사람이 네트워크 영업에 뛰어들려고 한다면 그는 99% 새 직업을 얻지 못한다. 자신은 그 일을 맡으면 잘 할 것 같고 실제로 잘 할 수도 있지만 회사는 ‘잠재 능력’이 아니라 ‘경력’으로 그를 평가하기 때문이다.
헤드헌팅 업체인 엔터웨이(www.nterway.co.kr) 박운영(朴雲榮)팀장은 “비명문대 비인기학과를 나온 사람은 선택받을 기회가 현저히 떨어지는 게 현실”이라며 “헤드헌팅 업체를 통한 구인은 이력서가 그 사람을 규정짓기 때문에 자신이 지금까지 해 온 일과 연계된 일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사람은 이직하지 말라〓상사와의 갈등, 급여나 후생복지에 대한 단순한 불만으로 이직을 시도해서는 안된다. 자신의 높은 학력에 비해 회사규모가 작다고 무리하게 옮겨서도 안된다.
정징대 잡비전코리아(www.jobvisionkorea.com) 사장은 “이직할 때는 명분이 중요하다. 돈, 상사, 회사의 규모 등을 내세우면 구인회사 입장에서는 ‘언젠가 더 좋은 조건이 제시되면 뜰 사람’으로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이직하면 대부분 1년 안에 다른 직장을 또 찾게 된다. 이처럼 자꾸 직장을 옮기는 사람은 헤드헌터들 사이에서 ‘블랙리스트’에 오르기도 한다. 기업으로서는 필요인력을 교육시키는 비용만 지출하는 셈일 뿐만 아니라 기업의 비밀이 누출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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