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양희창/"학교야, 이제 고마해라"

  • 입력 2001년 5월 27일 18시 57분


“고마해라, 마이 맞았다 아이가?”

아직도 나는 가끔 학교에 다니던 꿈을 꾼다. 성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복날 개처럼 얻어터지면서도 과거는 그래도 아름다운 것이라고 기분좋게 꾸는 그리움이 아니다. 이건 악몽이다. 유오성이나 장동건 같은 친구도 등장하지 않는다. 나는 계속 시험만 치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 풀리지도 않는 문제를 앞에 두고 낑낑대고 있다.

▼여전히 행복은 성적순▼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한 친구는 멋쩍게 웃으면서 말한다. “말마라, 니는 그래도 공부는 잘했다 아이가. 내는 자식놈이 중학생이 되도록 얻어맞는 꿈만 꾼다. 저번에 친구라는 영화보면서 꿈에서라도 폼나게 외치고 싶더라. 고마해라 마이 맞았다 아이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20년 전 어느 여중생이 이 땅에 남기고 간 물음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여전히 행복은 성적순이며 그 행복은 명문대에 합격하는 10대에 결정된다는 굳은 믿음을 지닌 사회는 아이들을 쇠창살이 있는 학원으로 내몰고 있고, 특기니 감성이니 떠들지만 결국 대학입시를 위한 학교를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경쟁에서 뒤떨어지면 인간도 아니다. 자식도 아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스스로 자신을 못난 놈이라고 생각하며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게 만든다는 점이다.

교육에 대한 대안을 마련한다는 명목으로 열리는 세미나에 참석하면 허탈하기만 하다. 문제를 분석하고 진단하는 데 거의 모든 시간을 다 보내고는 아무런 답이 없다. 답이 있다지만 실현 불가능한 원론이기 십상이다. 어쩌란 말인가? 사교육에 진지를 거의 다 빼앗긴 교사들이 아무리 공교육 정상화를 외쳐본들 아이들은 교실에서 졸고 있고 ‘졸업장만 주면 학교 안나와요’ 하는 공공연한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면 너희들이 하는 대안학교니 뭐니 하는 학교가 해답이냐?”

“대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학교가 대한민국 천지에 가능하냐?”

대안학교는 결코 그런 엄청난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학교가 아니다. 결코 대안적이지 않은 사회에서 학교라는 공간에만 대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어리석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울부짖음을 이제껏 간직하고 지금도 아파하는 아이들과 하나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그리고 학교란 아이들이 행복해야 하고 옳은 것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간디학교는 시작되었다. 잘난 체 하자는 게 아니라 온갖 어려움이 있지만 학교를 이렇게 운영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교육은 관료순이 아니잖아요?’

눈물로 씨를 뿌리며 꿈꾸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아이들을 내버려두어서는 안되겠다고 세상의 통념을 거슬러 스스로 어리석은 사람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는 부모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그들은 힘과 줄세우기에 익숙한 시대와 맞서 싸우면서 지치기도 하고 포기하고 싶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서 희망을 발견할 것이다.

간디중학교를 인가해 줄 수 없다고 해산 명령을 내리고, 말을 듣지 않는다고 현직 교장을 사법고발 조치하고, 인가 받은 고등학교 교사들의 인건비마저 끊어버리는 사람들. 교육관료라 불리는 그들이 법적으로 옳다고 주장할지는 모르나 그들은 시대의 흐름을 모른다.

▼교육 당사자들에 권한 넘겨야▼

최소한 그들에게는 아픔이 없다. 눈물이 없다. 오직 구시대적 사고방식만이 존재한다. 그들에게 교육의 모든 것을 맡겨서는 안된다.

교육은 교육을 하는 당사자들에게 권한을 넘겨주어야 한다. 교육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교육자 위에 군림해서는 안된다. 쓸데없는 공문이나 날리면서 교사들을 괴롭히고 아이들과의 만남을 더디게 해서는 안된다. 그래야 교사들도 바뀐다.

“학교야, 이제 고마해라. 아이들 마이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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