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에 바란다]본보1기 독자위원회 영남-호남권 토론회

  • 입력 2001년 5월 21일 18시 40분


《동아일보 ‘영남권 독자위원회’와 ‘호남권 독자위원회’가 13일과 20일 대구와 광주에서 각각 첫 모임을 갖고 활동을 시작했다. 영·호남 독자위원회 첫 모임에는 본사가 위촉한 독자 위원 11명이 참석했으며 본사에서는 김학준 사장(발행인)과 최규철 편집국장이 참석했다. 영남권 독자위원들은 처음 열린 회의에서 2시간 가까이 토론하며 동아일보에 대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호남권 독자위원들도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동아일보에 대해 많은 주문을 했다. 특히 지방 독자를 위한 기사 발굴과 전문성 제고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영남권▼

영남권 독자위원회 첫 회의가 13일 오후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대규 서정숙 김기철 석종근 이은화 정민자 독자위원.[대구〓정용균기자]

▽김학준 사장〓동아일보는 독자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 독자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반영하고자 합니다. 독자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독자위원의 말씀을 경청해서 충실히 대변하는 신문을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기탄 없이 충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석종근〓지방신문은 비판 기능이 부족합니다. 중앙지가 이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공무원의 입장에서 보면 지방자치법 개정안도 건의해보고 싶은데 단체장의 직위가 수없이 많아 문제입니다. 공무원 중립은 연임을 시키지 않으면 법대로 시행될 것입니다.

▽김기철〓동아일보는 학창시절 광고탄압 등으로 인상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독자위원회는 국민에게 뿌리내리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지역 독자들의 소리를 집약하는 기구로서 기능을 다해 주었으면 합니다.

▽서정숙〓신문 활자가 너무 작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이 보려면 돋보기를 써야할 판입니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고쳐졌으면 합니다. 젊은 사람을 위한 뉴스라면 젊은 사람이 선호하는 활자체를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요.

▽이은화〓사실을 알게 되는 것보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는가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오피니언난을 읽고 있습니다. 권위 있는 사람들의 글과 의견에 치우치는 것보다 다양한 사람과 소재를 발굴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김대규〓애매모호한 광고가 많이 실리는 것 같습니다. 한참 읽고 난 뒤에야 광고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요. 기사성 광고에 당혹감을 느낍니다.

▽서정숙〓스승의 날 전후로 선생님들이 곤욕을 많이 치릅니다. 잘못된 것은 정확히 찍어 바로가는 것이 신문의 역할이지만 선생님들의 긍정적인 면도 부각해야 할 것입니다. 비판이 5월에 두드러지다 보니 학교에서는 심지어 행사가 전혀 없습니다.

▽김기철〓동아일보 1면에 시사만평이 없는데 편집상의 문제라고 봅니다.

▽석종근〓정치기사는 비판과 전문성이 떨어집니다. 정치자금법은 받는 사람이 아니라 주는 사람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기사는 받는 사람쪽에 맞춰져 있습니다. 지방자치법 개정 등도 연임의 문제를 다루지 않고 방향성 제시가 미흡합니다.

▽정민자〓평생교육을 담당하는 것은 TV보다는 신문입니다. 캐나다 이민 관련의 경우 캐나다는 긍정적인 나라로, 우리나라는 부정적인 나라로 부각하는 기사가 많습니다. 의약분업 후 병원에서는 진찰료는 의료보험이 안되고 처방전은 일부만 의료보험이 됩니다. 또 진료비가 1만5000원 이하이면 환자의 부담금이 높아집니다. 대안까지 제시하지는 못해도 객관적으로 보도해야 합니다. 의사에 대해 부정적인 면을 너무 부각해서 반목의 구실을 만드는 현상은 없었으면 합니다.

▽김대규〓해외 이민의 문제도 떠들기만 해서는 곤란합니다. TV 등을 보면 이민 가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처자식을 외국에 보내고 혼자서 직장생활하면서 라면이나 먹고 사는 것이 정상은 아닙니다. 10년 후에 그 가정이 잘되는지 못되는지 검증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석종근〓교육과 예절, 문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매년 성년식을 하다 보면 여러 관례가 있습니다. 어른이 됐다는 의식, 초례를 치르며 책임감 심어주는 의식을 중시하는 기사가 나왔으면 합니다. 예절 하나하나가 중요한 정신 문화입니다. 술마시는 예법을 심어주는 정신도 있습니다.

▽서정숙〓얼마 전 4학년 딸아이의 학교 숙제로 가족신문을 만들다 보니 환경부문 기사를 찾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한동안 공해 문제가 시끄러웠는데 수그러들었는지 요즘에는 정치 기사만 많더라고요. 환경은 기본이기 때문에 꾸준하게 실어줬으면 합니다.

▽이은화〓정치 경제면에 대해 배경지식이 없기도 하지만 내용이 딱딱하고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열심히 읽으려 하지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경제면 등에서 일반 상식도 다뤘으면 합니다.

▽김기철〓연재소설이 없어져 아쉽습니다. 경영상의 문제인지 모르지만 사회 병리현상을 다루며 귀감이 될 수 있는 문학적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김학준 사장〓말씀을 들으니까 반성할 부분도 많고 미흡하게 느껴진 부분도 많습니다. 역시 신문의 본연의 기능은 비판입니다. 동아일보가 비판정신을 잃지 않고 비판 기능에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점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김상영기자>youngkim@donga.com

▼호남권▼

호남권 독자위원회 첫 회의가 20일 오후 광주 신양파크호텔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김종남 강채구 전정희 이진우 남인희 독자위원.[광주〓정승호기자]

▽최규철 국장〓동아일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서로 연구하기 위해 독자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생명력 있고 경쟁력 있는 신문을 만들기 위해 독자위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왔습니다. 기탄 없이 좋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남인희〓동아일보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만은 아니지만 독자위원으로서 기여할 수 있는 바가 있을 것입니다.

▽전정희〓전주에서 민주언론연합(민언련)의 언론학교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동아일보를 심도 있게 읽어보지 않았지만 신문의 역할이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역할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동아일보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남인희〓메트로면을 보면서 거부감을 많이 느낍니다. 기사를 꼼꼼히 읽는 편인데 지향하는 독자층이 너무 상류층입니다. 서울지역 주부들은 거부감이 없을지 모르지만 지역에서 느끼는 것은 엄청납니다. 3주간 160만 원짜리 어학연수 프로그램이 있다고 했는데 여기에 참석할 만한 사람이 지방에 얼마나 있겠습니까. 대도시 상류층 중심의 실생활 정보를 실을 바에야 보다 가치 지향적인 기사가 많으면 지방독자들이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요.

▽최규철 국장〓메트로면은 중상층의 도시인이 되고자하는 독자를 위해 만들고 있습니다. 지방독자 가운데 큰 틀에서 중상층을 지향하면 모두 메트로 독자이지요. 30, 40대 주부들은 동아일보가 생각하는 메트로면 독자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항상 상류층에만 초점을 맞추지는 않습니다. 교육문제는 모든 독자들의 관심사입니다.

▽이진우〓오피니언면이 사회의 핵심적인 문제들을 잘 다뤄 참 좋습니다. 보통 신문 지면에 사건, 사고가 크게 차지하는데 국민이 좋은 일을 하는 방법이라든가 칭찬받을 수 있는 내용도 다뤘으면 합니다. 또 신문에 끼워 넣는 광고 전단이 너무 많아 짜증스럽습니다.

▽강채구〓광고 전단은 정보도 제공되기 때문에 찬성합니다. 며칠 전에 IPI 발표를 보도했는데 우리나라가 그런 지경에까지 간 것이 정말 불행하고 수치스러웠습니다. 정부와 언론 중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판단이 안섭니다. 언론의 사명은 판단을 도와주는 것입니다.

▽전정희〓여성 인력을 도외시하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때가 됐습니다. 동아일보도 잠자는 여성의 인력을 일깨워야 합니다. 일하는 여성,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여성의 활약을 다뤄야 합니다. 언론이 시대적 사명을 갖고 여성에 대한 심층 보도를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김종남〓신문에선 자기에게 관심이 있는 것을 보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방대, 여성문제, 취업, 교육 등 충실한 내용을 실어주면 좋겠습니다. 대안을 제시하는 신문이 됐으면 합니다.

▽최규철 국장〓지방의 큰 뉴스는 본면에 나와야 합니다. 지방이 안고 있는 문제를 중앙화해야 합니다. 한 달에 두세 번은 지역에 산재된 문제를 이슈로 만들겠습니다.

▽김종남〓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찾아내서 하고 다른 신문보다 차별화된 신문을 만들어 주십시오.

▽강채구〓신문의 사명은 분석입니다. 속보는 TV에 떨어지니까 신문은 심층취재가 중요합니다.

▽이진우〓경제쪽에 관심이 있습니다. 경제발전에 대한 초석으로 전문 직업인들의 업종을 자세하게 경제면에 소개해 주면 좋겠습니다. 전문 직업인들의 의견란을 만들면 어떨까요.

▽남인희〓칼럼은 필자 선정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전여옥씨의 스타매력 탐구는 과연 일반 독자와 나눌만한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지엽적이고 개인취향적인 글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쌍방향 의사소통의 시대이기 때문에 독자의 편지 가운데 중요한 것은 칼럼 못지 않은 비중으로 다뤄야 합니다.

▽전정희〓우리사회에 리딩그룹이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리딩그룹의 역할을 부각하고 교육측면에서는 대학입시제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어떻게 질 좋은 아이들을 키워낼 것인가, 무엇을 가르쳐야 할 것인가에 신경 써야 합니다.

▽김학준 사장〓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독자위원 여러분은 기자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부문을 과감하게 말하고 사각지대가 없도록 도와주십시오. 저희들은 기자들이 만드는 신문을 떠나서 독자들이 만드는 신문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김상영기자>you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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