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일상의 밖에서 들여다 본 生의 내면

  • 입력 2001년 5월 18일 19시 07분


◇꿈꾸는 일에는 늦음이 없다/한수산 산문집/225쪽, 8000원/이레

씨의 산문은 황씨와는 반대 지점에서 인생을 관조한다. 일상의 외부에서 생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 외부란 절망의 벼랑으로만 생각해왔던 열사의 사막이다. 절대 폐허의 공간에서 그는 거꾸로 생의 충만함을 발견한다. 그 명제는 얼핏 보면 과장된

허사(虛辭)가 없는 단순한 것들이다.

‘삶은 시간이라는 사막을 건너가는 것이다’ ‘행복한 사람이란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모든 나그네는 아침에 떠난다’ ‘사람은 무언가를 사랑하기 위해 산다’…. 그는 이런 단순함에서 인간과 문명의 본질에 대한 소박한 자기성찰을 담아낸다.

사방이 막막한 사막에서도 유랑객들은 햇빛과 별자리로 길을 찾아간다. 여기서 그는 도시 젊은이들이 수많은 정보에 휩쓸려 방황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사막에도 길이 있는데 정작 아스팔트길에는 길이 없다는 것이다.

한씨는 열사의 땅에서 체득한 지혜를 아들에게 주는 편지글 형식으로 썼다. 94년 ‘먼 그날 같은 오늘’이란 이름으로 낸 글을 틀거리만 놔두고 새로 쓰다시피 했다. 책 제목은 다음과 같은 당부의 말에서 따온 것이다.

“아침을 사는 사람이 되어 다오. 언제나 새롭게 시작하는 나날을 살아다오. 이 세상에 ‘때늦음’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다오.”

그는 근래 발표한 에세이를 묶어 ‘내 삶을 떨리게 하는 것들’(해냄)도 함께 냈다. 일상을 무덤덤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작은 ‘떨림’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글들이다. 빛나는 감수성으로 생의 진실을 포착하는 ‘한수산표 산문’은 여기서도 빛난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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