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5월 18일 19시 0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폴란드에서는 절친한 친구를 표현할 때 ‘한통의 이것을 나눠먹은 친구’라는 속담을 사용한다. 일본에서는 허풍쟁이의 기를 죽일 때 ‘푸성귀에 이것을 친다’는 속담을 사용한다. 폴란드에서는 단조로운 삶을 ‘이것 없는 계란’에 비유한다. 여기에서 ‘이것’은 무엇일까? 정답은 ‘소금’이다.
이 책은 소금이 ‘백색 금’이라고 불릴 만큼 귀중했던 시절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문화와 역사에 남긴 족적들을 낱낱이 파헤친다.
저자는 척박한 땅에 위치한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베네치아가 12세기 무렵 강력한 해상도시로 부상한 것은 소금 무역에 힘입은 덕분이라고 해석한다. 베네치아는 첫 간석지인 토르첼로 섬 염전에서 산출된 소금을 주변국에 수출해 막대한 부를 얻었고, 이를 토대로 소금무역 경쟁국에 전쟁을 일으켜 이 일대 소금 판매를 독점하기에 이르렀다.
저자에 따르면 인도의 비폭력 독립운동 역시 소금에서 출발했다. 영국이 식민통치 아래 있던 인도에게 과도한 염세를 부과하자 인도인들은 1930년 마하트마 간디를 선두로 ‘소금행진’을 벌였고 이는 향후 비폭력 독립투쟁의 신호탄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화학자인 저자는 역사 뿐 아니라 자신의 전공 분야의 측면에서도 소금을 알기 쉽게 풀이해준다. 방부제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염장(鹽藏)식품의 인기는 변함 없는 이유를 소금의 화학식을 이용해 설명하는 등 소금에 얽힌 다양한 과학적 지식을 소개했다.
‘요리에 소금을 치는 행위가 곧 세계사를 요약하는 행위’라고 말하는 저자는 이 책에서 문학과 역사, 인류학, 생물학, 물리학, 경제, 예술사, 정치, 화학, 인종학 등에 나타난 소금 관련 지식들을 모조리 추적했다.
이 책에 소개된 내용의 절반만 기억할 수 있어도 당분간 동료들 사이에서 ‘이야기꾼’으로 통하는 행운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