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와 놀아나다]원빈의 CF 스토리

  • 입력 2001년 5월 18일 15시 30분


무엇이 그에게 이토록 열광케 하는 걸까? 그의 출연작들을 묶어 봤다.

굵직굵직한 CF에 연이어 출연하는 원빈. 작년 <가을동화> 이후 급성장한 원빈의 인기가 좀체로 사그라들지 않는다. 출연작도 많지만 광고마다 화제를 낳으며 자신만의 멋스러움을 표출한다.

인상적으로 각인된 첫 작품은 한국통신엠닷컴이다. 건들건들거리던 그가 누구누구님 죄송합니다, 라며 직각으로 몸을 굽혀 사과하던 광고. 그동안 정든 것들을 냉정히 떠나는 사과치곤 너무 당당하다. 미워할 수 없는 악동 같은 느낌.

이 광고는 처음으로 원빈이라는 스타파워가 과연 어느 정도인지 조심스럽게 실험해 본 것이다. 적당히 나른하고 오만한 포즈로 있던 그가 절도 있게 허리를 꾸벅 숙이는 것, 그리고 눈가에 주름이 그득 잡히며 '씨익' 웃는 것.

이 장면 하나하나가 상당한 파워를 지니기 시작했다. 그가 했다는 이유만으로 당당한 하나의 코드가 되고 누구나 따라하는 개인기의 대상이 되고 만다.

엠닷컴의 성공 이후 가속도가 붙더니 다양한 캐릭터로 매번 색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딘 클라우>에선 지적이고 세련된 인텔리로 나와 푸른 뱀과 조우하고 <멜 커버링 파우더>에선 박지윤과 함께 더 없이 섹시한 모습을 연출한다. <섹시감자>는 마치 영화예고편처럼 꾸며 '너의 색을 사랑해'라는 촌스러운 카피를 읊는다.

그 다음 <프렌치 카페>. 우선 체코의 프라하에 있는 세인트비투스 수도원에서 찍은 고풍스러운 풍경과 세심한 소품이 눈길을 끈다. 풋내기 수도사로 분한 원빈의 캐릭터가 재미있다. 까만 수도복을 덮어쓴 그는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겁고 사랑처럼 달콤하다' 비밀스러운 문구를 낭독하며 낯선 액체를 단숨에 마신다.

그 액체를 마시자 수도원에 요기어린 웃음소리가 퍼진다. 망토를 휘날리며 나타난 파란 눈빛의 악녀. 눈빛과 웃음소리는 섹시하고 도발적이다. 원빈은 어쩔 줄 몰라하며 도망가버린다. '악마의 유혹'은 정작 악마가 아니라 여자와의 사랑이 아니었을까? 성적인 부분까지 포함해서.

원빈은 이 광고에서 여자의 유혹을 받으며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해가는 혼란스러운 모습을 교묘하게 보여준다.

가장 최근작 <하이트 맥주>에선 급기야 자신이 여자를 유혹하기에 이른다. 이제 청년이 다 된 걸까. 무대는 푸른 바다가 펼쳐진 야외 카페. 묵묵히 있는 한 여자를 보더니 원빈은 무슨 생각인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그러더니 신나는 라틴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

그의 열정에 다른 손님들도 합세하여 춤파티가 벌어지고, 심지어 할아버지 종업원까지 들썩인다. 멋진 미소와 함께 손을 까딱거리며 여자를 유혹하는 원빈. 허어, 어느새 둘은 함께 하이트를 마시는데..하긴 어떤 여자가 넘어가지 않으랴.

이 광고의 포인트는 '원빈이 춤췄다'는 지극히 단순한 사실이다. 춤 정도가지고 뭘,이라고 할테지만 원빈은 다르다. 그동안 봐온 수줍어하고 조용한 이미지와 고독한 모습과는 상반되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굳혀온 이미지에 새로운 이미지들을 축적시키고 있다. 무서울 정도로 차곡차곡 자기 이미지를 넓혀가고 쌓아간다.

뚜렷한 눈매의 선 굵은 얼굴, 눈 가에 잡히는 장난끼 어린 주름,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 신화적인 용모다. 게다가 쉽사리 마음을 내줄 것 같지 않은 까다로움과 우직함이 공존한다. 서서히 캐릭터를 이해하는 연기자의 면모까지 갖추고 있으니 그에게 열광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인터뷰와 TV 토크 쇼를 꺼리는 스타. 진검승부를 즐기는 원빈. 그의 잠재력이 어디까지인지 성장을 지켜보고 싶다.

김이진 AJIVA77@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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