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삼옥/제주 도약 IT속에 길있다

  • 입력 2001년 5월 15일 19시 12분


제주도를 국제자유도시로 개발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아직 개발방안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내용에 의하면, 제주도를 권역별로 나누어 개발하되 관광 산업 문화예술 교육 물류 금융서비스 등 여러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개발계획을 담고 있다.

▼기업 유치해야 '자유도시' 성공▼

국제자유도시란 금융 기업활동 수출입 등이 국적을 초월해 자유롭게 행해지고 사람과 물자의 출입국이 무비자 무관세로 자유로운 곳이다. 국제자유도시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외국인과 기업을 유치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에 기업환경과 생활환경이 세계적 기준과 수준에 적합하여야 한다. 이는 곧 국제공용어인 영어가 통용될 수 있어야 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투명하고 용이한 비즈니스 관행이 정착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국제자유도시는 본국의 인접지역과 차별화되기 마련이다.

지역특성을 살려 경쟁력 있는 국제자유도시 개발전략을 추진하는 것은 국가발전을 위해 중요하다. 문제는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이다. 제주도의 산 해안 바다 등에 산재한 다양하고 수려한 자연경관은 외국관광객을 끌어들이기에 좋은 조건이다. 그러나 관광산업만으로 국제자유도시가 성공할 수는 없기 때문에 다국적기업들의 기업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는 여건의 조성이 관건이다. 특히 제주도는 기업들이 투자하고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앞으로 세심한 전략의 추진이 필요하다.

국제자유도시 건설을 위해 싱가포르나 홍콩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좋으나 이들을 모델로 삼는다는 발상은 재고되어야 한다. 싱가포르가 많은 다국적기업을 유치해 첨단산업으로 특화한 것은 인접한 말레이시아 조호르, 인도네시아 리아우 지역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분업화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홍콩은 생산기능을 이전할 수 있는 중국 광둥(廣東)이라는 배후지가 있었기 때문에 다국적기업 지역본사가 집중되고 금융센터로 발전할 수 있었다. 이에 반해 제주도는 산업생산 배후지로 활용할 수 있는 육로로 연결된 본국이나 인접국이 없어 싱가포르나 홍콩과는 다른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그 발전전략은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제주도는 동북아지역 정보통신네트워크의 허브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정보의 흐름은 자유로워졌지만 정보의 창출은 특정지역에 국한되어 있으며, 쾌적한 자연환경과 생활여건 및 기업환경을 제공하는 지역이 정보를 창출하는 고급두뇌와 의사결정자의 집적지가 되고 있다. 두뇌인력, 정보통신 관련 인력의 긴밀한 상호교류와 혁신적인 기업활동이 전개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 제주도의 수려한 자연환경은 비로소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제주도에 고도의 정보통신 하부구조를 구축함은 물론 이 분야 인력을 유치하고 개발하는 교육 및 훈련제도의 수립이 시급하다.

제주도의 관광산업은 수려한 자연환경, 전통문화, 정보통신기술이 어우러져 타 지역과는 차별화되어야 한다. 특히 대규모 투자를 통해 환경파괴적인 관광상품을 개발할 경우 제주도가 가진 관광자원의 비교우위는 사라진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고유의 문화를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관광상품의 개발, 제주도 산물과 문화를 제품화하여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친화적이고 혁신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영어 공용어화 신중히 추진을▼

국제자유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결국 영어가 통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영어를 제2공용어로 사용하는 문제는 당장 추진하기보다는 단계적으로 세심한 전략과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과정이나 정보통신인력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제주도민이 중요한 주체가 됨은 물론 이들의 문화와 전통이 보전되어서 국제자유도시의 한 얼굴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국제자유도시 건설을 위해서는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다. 재원마련의 어려움과 오랫동안의개발기간을 고려할 때 자칫 국제자유도시 건설이 몇 년 후 유명무실화되지나 않을까 염려된다. 국제자유도시 건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제비즈니스 관행, 언어, 기업환경 등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대규모 자본투자보다는 지식·정보화를 선도하는 인력개발과 교육 훈련 등의 소프트웨어 투자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박삼옥(서울대 교수·경제지리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