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근기자의 여의도 이야기]반짝테마, 길목지키기가 묘수?

  • 입력 2001년 5월 14일 18시 29분


19세기초 나폴레옹이 스페인 정복길에 올랐을 때의 일이다.

그동안 승승장구하던 나폴레옹 군대는 가벼운 상대로 여겼던 스페인에서 예상밖의 저항에 부딪혔다. 가는 곳마다 소규모의 부대가 느닷없이 공격해왔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전법으로 나폴레옹을 괴롭혔던 것. 이 때 생겨난 말이 ‘게릴라’다.

게릴라는 스페인어로 ‘소규모 전투’를 뜻하는 말이었다가 비정규군의 전투 형태를 이르는 말로 의미가 넓혀졌다.

올들어 국내 증시에서도 게릴라전이 한창이다. 이른바 ‘반짝 테마’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 어느날 갑자기 테마가 형성됐다가 하루나 이틀만에 사라지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기습’과 ‘단기전’을 특징으로 하는 게릴라전과 양상이 똑같다.

반짝 테마 현상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2월초. 게임주가 일제히 오르는가 싶더니 이틀만에 꼬리를 내렸다. 곧이어 광우병 문제가 불거지자 닭고기업체와 사료업체 주가가 무차별적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며칠을 못넘겼고 뒤이어 환경 테마가 ‘1일 천하’를 장식했다.

이같은 양상은 최근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액면분할, 중국CDMA 입찰, 수돗물 바이러스 테마 등이 짧은 기간동안 뜨고 졌다.

반짝 테마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전문가들은 지수가 어느 정도 상승한 뒤 매물을 소화하는 박스권 장세에서 주로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또한 약세장일수록 터무니없는 테마가 형성돼 빠른 순환매를 보이는 특징이 있으며 데이트레이더들이 의도적으로 테마를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부정적인 평가가 대부분이지만 이것이 이미 ‘시장의 한 현상’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 증권사의 전략가들이 비판을 하면서도 테마주에 대한 분석을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전문가들이 대처 방법으로 흔히 권하는 것은 ‘길목 지키기 전략’이다. 테마주는 순환매 양상을 보이므로 관심 테마를 몇 개 기억해뒀다가 관련 뉴스가 나오면 순발력있게 대응하라는 것. 게릴라가 기습해올만한 길목에 매복을 하고 기다리는 얘기다.

또 하나 단기전 성격이 강한 만큼 어떤 테마가 뜬 다음에 뒤늦게 ‘추격 매수’를 하지 말라는 말도 자주 한다. 게릴라는 매복했다가 잡아야지, 한 바탕 휘저은 뒤 도망갈 때 쫓아가서는 큰 재미를 못본다.

날씨가 더워지자 벌써부터 ‘여름 테마주’가 거론되고 있다. 빙과 음료 에어컨 농약 같은 업종이 여름 테마주로 꼽힌다. 이들 업종은 경기에 민감하지 않은 경기방어주이기 때문에 올해처럼 경기 침체 때는 이중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설명까지 더해지고 있다.

웬지 그럴듯해 보인다. 한번 매복을 하고 기다려보는건 어떨까. 예측대로 게릴라가 나타나면 덮쳐서 잡으면 되고, 나타나지 않아도 크게 손해볼 것은 없으니까.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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