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월드]"舊蘇병사 "1970년 히틀러시신 불태웠다"

  • 입력 2001년 5월 9일 15시 37분


행방이 묘연해 그동안 온갖 추측을 불러일으켰던 나치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시신이 구 소련 병사들에 의해 비밀리에 불태워진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히틀러 시신 처리 특수부대의 유일한 생존자인 블라디미르 구메뉴크(64)는 8일 방영된 러시아 NTV와의 인터뷰에서 "1970년 소련 정부의 지시로 구 동독의 한 강가에서 히틀러의 시신을 불태운 뒤 남은 재를 바람에 날려버렸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그는 "시신을 불태운 장소가 알려지면 나치 추종자들의 순례지가 되고 기념비가 세워질 것"이라며 "장소 공개를 거부하면서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가겠다"고 다짐했다.

히틀러는 1945년 4월 30일 수도 베를린이 함락되기 직전 총통관저 지하 대피호에서 자신의 시신을 불태우라는 유서를 남기고 이틀 전에 결혼한 부인 에바 브라운과 함께 자살했다.

시신을 찾아낸 소련군은 그의 시신을 한 곳에 영구 매장할 경우 추종자들에 의해 성지화 될 것을 우려해 독일을 점령한 제3군에 특수부대를 만들어 시신을 관리토록 했다. 특수부대는 시신을 관에 넣어 가매장했다가 부대가 이동하면 다시 주둔지 안에 가매장하곤 했다.

그러나 70년 3월 비밀 매장지에 건설공사가 시작되면서 관이 노출될 위험에 처하자 당시 국가보안위원회(KGB) 의장 유리 안드로포프가 공산당 최고회의간부회 의장 레오니드 브레즈네프에게 건의해 시신을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4월 4일 밤 소각을 명령받은 구메뉴크씨 등 병사 3명은 삽을 들고 모처로 가 한 지점을 대형 천막으로 가린 뒤 지하 1.7m에 묻힌 관을 꺼내 지프에 실었다. 이들은 낚시꾼으로 위장하곤 차를 몰아 다음날 새벽 한 시골 강가에서 관에 기름을 뿌린 뒤 붙태웠다. 남은 재는 무명천으로 만든 륙색에 담아 인근 언덕 위에 올라가 바람에 날려보냈다. 불 탄 자리는 전혀 표시나지 않게 깨끗이 치웠다.

구메뉴크씨는 "일은 아주 순식간에 끝났다. 륙색을 열자 갈색 구름같은 재가 몇 초도 안돼 바람에 날려 가버렸다"면서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던 륙색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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