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터넷 홈페이지만 20개, <명성황후>의 아역 문근영

  • 입력 2001년 5월 3일 18시 44분


“어린이날이요? 어우, 그 날도 촬영있다는데요.”

2일 밤 서울 하얏트호텔 임시 분장실. KBS2 대하사극 <명성황후>에서 어린 명성황후 역을 맡은 아역탤런트 문근영(14)에게 어린이날 계획을 묻자 예쁜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이날은 <명성황후> 첫 방영(9일 밤10시)에 앞서 제작발표회 겸 미니 패션쇼가 열려 근영이는 무대에 서기 위해 가발을 잔뜩 얹고 있었다.

“저는요, 생일이 5월6일이라 손해봤어요.”

무대에 서는 딸을 보기 위해 고향인 광주에서 올라온 엄마 유선영씨가 “어릴 때부터 어린이날과 생일 선물 중 하나는 포기하라고 했다” 며 “열네살이 어린이날은 무슨…” 하고 웃는다.

하지만 방송사 분류로는 근영이는 ‘어린이’다. 방송사는 고교 3년생까지를 아역으로 분류하기 때문.

KBS의 경우 아역탤런트는 출연료 등급상 1등급부터 5등급까지, 성인은 6등급부터 18등급까지 적용받는다. 근영이는 아역으로는 가장 높은 5등급으로 출연료는 60분 드라마의 경우 10만8000원. 성인의 최고 등급인 18등급은 101만5080원이니 대략 10분의 1 수준인 셈.

근영이는 초등학교 6학년 때인 99년 'TV는 사랑을 싣고'로 데뷔했다. 3년 남짓한 경력이지만 이번에 전주영화제에 출품된 독립영화 <길위에서>의 여주인공도 맡았고 지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가을동화>에서는 여주인공인 송혜교의 아역을 맡아 스타가 됐다.

팬들이 만들어준 홈페이지만도 20여개. 최근에는 화장품(10대용) 광고를 비롯 2편의 CF도 찍었다.

왜 탤런트가 됐냐고 묻자 “제가 어렸을 때요”하고 말을 꺼낸다. 어렸을 때라니? 지금도 어린데?“대여섯살 때 말이죠. 되고 싶은게 참 많았는데 탤런트는 여러 역할을 다 할 수 있잖아요.”

너무 일찍 연예 활동을 하면 자칫 되바라지지나 않을까 걱정됐지만 촬영장에서 나름대로 터득한 ‘철학’을 듣고나니 기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 차례가 올 때까지 참고 기다릴 줄 알아야죠. 어른 드라마는요, 촬영 스케줄을 모두 어른들에게 맞추기 때문에 아역 탤런트들은 많이 기다려야 하거든요. 한번은요, 새벽 4시에 일어나 촬영장에 가서 다섯시간을 꼬박 기다렸던 적도 있어요.”

반에서 1, 2등을 다툰다는 근영이는 8회까지만 출연한 뒤 학교(광주 우산중)로 돌아가 당분간 연기를 접고 공부에 전념할 생각이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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