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차수/신중도 좋지만…

  • 입력 2001년 5월 3일 18시 38분


일본을 방문한 김한길 문화관광부장관이 2일 일본의 도야마 아쓰코 문부과학상을 만나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를 논의했으나 서로 평행선을 달리고 말았다.

김 장관은 왜곡 시정을 촉구했지만 도야마 문부상은 교과서를 재수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도야마 문부상은 “한국의 심각한 분위기는 잘 알고 있다”면서도 “일본의 교과서 검정제도상 객관적이고 확실한 사실의 오류가 아닌 이상 재수정은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왜곡 시정을 촉구하려다 재수정할 수 없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통보 받는 꼴이 된 셈이다.

문제는 도야마 문부상의 이런 반응이 충분히 예견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김 장관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해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따라서 김 장관은 단호한 방침을 갖고 도야마 문부상을 만났어야 마땅하다.

우리가 일본을 상대로 쓸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협상 무기’는 일본 대중문화 추가 개방 문제다. 김 장관은 문화 주무장관으로서 대중문화 개방과 관련한 ‘칼자루’를 쥐고 있다. 그러나 김 장관은 도야마 문부상과의 면담에서 역사교과서 문제와 일본 대중문화 개방 연계 여부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일본 대중문화 완전개방 등을 통한 한일간 문화교류 활성화와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의 성공적인 공동개최는 한일 우호증진에 획기적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우선 일본정부가 역사교과서 문제를 풀어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김 장관이 도야마 문부상을 만난 자리에서 전한 말이다.

김 장관은 도야마 문부상 면담 후 일본 언론과의 회견에서 교과서 왜곡이 시정되지 않으면 일본 대중문화를 추가 개방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을 뿐이다.

외교관계에서 신중한 접근도 중요하지만 단호해야 할 때는 단호해야 한다.

김차수<문화부>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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