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항 도운 군동료들]고향-근무처 얽힌 선후배

  • 입력 2001년 5월 2일 18시 51분


박노항(朴魯恒) 원사의 군 동료들이 도피 중이던 박 원사에게 수사상황을 알려준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들이 박 원사의 병역비리와 도피에 어느 선까지 개입했는지 주목되고 있다.

▽조직적 비호인가, 개인적 도움인가?〓박 원사가 도피기간 중에 잦은 전화통화와 접촉을 한 것으로 밝혀진 박 원사의 군 동료들은 부사관 시절부터 박 원사와 같이 오래 근무해 온 선후배들이다.

박 원사에게 수사상황을 전해준 것으로 드러난 윤모 준위는 박 원사의 고향 후배이며 박 원사의 은닉자금 추적과정에서 수사당국의 주목을 받고 있는 예비역 준위B씨는 박 원사가 병무청에 파견 근무했을 때 그 전임자였다. 이들은 부사관 시절부터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 준위는 박 원사보다 계급이 위인데도 불구하고 나이가 많은 박 원사에게 깍듯이 선배 예우를 해준 것으로 전해졌고 B씨는 80년 초반 범죄수사단 시절부터 같이 근무하며 여자문제에 얽힌 박 원사의 민원도 해결해 줄 정도로 가까웠다는 것이다.

군검찰은 98년 6월 박 원사에게 수사정보를 흘린 혐의로 구속됐던 P상사에 대해서도 조만간 소환 조사를 벌이는 등 비호세력에 대한 수사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군검찰과 합조단의 갈등〓군검찰은 박 원사의 군 동료 수사에 대해 “아직 헌병대나 합조단 내의 조직적 비호 사실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다. 특히 군검찰은 전면적인 수사 확대보다는 혐의가 뚜렷한 사람에 한해 소환 조사하고 있다. 자칫하면 군 수사기관들간의 다툼으로 비화될 수도 있음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 앙숙인 군검찰과 합조단의 관계는 박 원사 도피 이후 악화될 대로 악화돼 있다. 합조단측은 “이유야 어찌됐든 수사관이 수배자(박 원사)를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할 말은 없다”면서도 내부 반발은 거세다. 합조단의 한 수사관은 “군검찰이 수사지휘권 확립 등 자신들의 입지를 넓히기 위해 박 원사 사건을 빌미로 합조단을 기능정지 상태로 만들고 있다. 해도 너무 한다”고 불만을 털어 놓았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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