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물따라 흐르는 꽃을 본다

  • 입력 2001년 4월 27일 19시 09분


◇큰스님들의 신이야기, 깊은 울림 그윽한 감동

▷물따라 흐르는 꽃을 본다

서옹스님 글, 박보하 사진, 119쪽 9000원 다른세상

▷온 세상은 한송이의 꽃

숭산스님 지음, 518쪽 1만2000원 현암사

며칠 지나면, 부처님 오신 날(5월1일). 이 혼탁한 시대에 큰스님 두 분의 맑고 그윽한 목소리가 세인들의 가슴을 두드린다. 때론 친근하게, 때론 호통치듯. 이 두 책은 모두 선(禪)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물 따라 흐르는 꽃을 본다’는 전남 장성 백양사 고불총림 방장으로 있는 서옹 스님(90)의 불교와 선 이야기. 마음의 대자유를 찾아 선에 이르는 길을 안내한다.

“선은 어디로 들어가야 합니까?”

“저 개울물 소리가 들리느냐?”

“네. 잘 들립니다.”

“그럼, 그리로 들어가라.”

간결 명료하지만 그 울림은 한없이 깊고 감동적이다.

“간단히 말해, 고요히 생각하면 그것이 선이다. 선을 말로 하면 벌써 어긋난다.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잠자는 일상 생활처럼 자연스러운 것, 그 곳이 선의 자리다.”

스님은 이처럼 생활 속의 선을 강조한다. 어려운 용어가 아니라 이미지와 시어로 선을 보여주려 했다. 흑백 톤의 사진 역시 선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책제목대로, 이 화사한 봄날 무심하게 물 따라 흐르는 꽃을 바라보라. 물을 보면 물이 되고, 꽃을 보면 꽃과 하나가 되어, 고요한 무심에 이르고, 무심에 이르면 거기 선이 있어 삶의 의미가 보일 것이다.

‘온 세상은 한 송이의 꽃’은 서울 화계사 조실 숭산 스님(74)의 선에 관한 공안집(公案集). 공안은 화두(話頭)를 뜻한다. 숭산 스님의 화두를 그의 제자인 미국인 무심 스님(화계사 국제선원장)이 하루 한 편씩 매일 읽을 수 있도록 365편을 골라 한데 모았다. 이 책은 이미 미국에서 영문으로 나온 적이 있다. 서양의 정신문화에 충격을 주어 무심이나 현각 같은 서양인 승려를 배출한 토양이 됐던 바로 그 책이다.

숭산 스님은 이 책에서 매일 매일 선문답을 펼친다.

“입을 열면 모든 것이 나타나고, 닫으면 아무 것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성스러움보다 침묵이 낫다. 조심하라. 공(空)에도 침묵에도 집착하지 마라.”

보통사람들에게 이런 선문답이 어렵다 싶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물따라 흐르는 꽃을 바라보듯’ 그 선문답을 들여다보면 자신을 만나고, 무심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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