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채권시장 안정대책 허실]"금리 끌어내리기엔 역부족"

  • 입력 2001년 4월 27일 18시 40분


27일 한국은행의 채권시장 안정대책에 대해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금리 하락의 모멘텀으로 작용하기에는 약하다”고 말했다. 3년만기 국고채금리는 이날 한풀 꺾이기는 했지만 시장참가자들의 불안심리는 해소되지 않았다.

한은의 대책은 ‘정책담당자들이 금리의 추가상승을 부담스러워한다’는 점을 알린 정도에 불과하다는 해석도 나왔다. 또 돈을 충분히 풀겠다는 대책에 대해서는 ‘지금 채권을 살 돈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이의를 달았다.

다만 △경기 회복세와 물가 상승을 감안할 때 국고채 금리가 7%선을 크게 넘어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고 △머니마켓펀드(MMF)에서 돈이 유출되는 시점은 금리가 고점을 찍은 때라는 경험적 판단도 불안심리를 다독거리고 있다.

▽최근 금리 급등의 배경〓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빠르고 물가도 가파르게 오르면서 금리가 서서히 상승하는 상황에서 일부 투신운용사들을 위주로 한 MMF의 대량 환매가 급상승의 ‘촉매’역할을 했다.

MMF는 장부가평가를 하지만 금리차가 1%이상 벌어지면 시가를 반영한다. 손실을 우려한 고객들이 환매에 나섰고 투신권은 내줄 돈을 마련하려고 채권을 내다팔았다. 반면 채권의 매수세력은 없어 거래가 실종되면서 금리가 상승했다. 최대 매수세력인 은행권은 그동안 입은 평가손을 의식해 ‘내부통제’에 나서 채권을 사지 않고 있다.

한화증권 방성원채권팀장은 “시장에 나온 채권을 살 세력이 없어 금리가 급상승하고 있다”면서 “은행권에 돈이 없는 것은 아닌데 평가손을 우려해 거래를 크게 줄인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약효 점검과 향후 금리 전망〓시장 관계자들은 “정책 당국이 금리 대책으로 내놓을 묘방이 없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굿모닝증권의 한 관계자는 “통안증권의 발행 연기 등의 대책은 두 달전부터 시장에서 진행돼왔다”고 지적했다.

다만 채권시장의 불안심리가 풀릴 조짐이 감지되는 것은 이번 대책의 부산물인 셈이다. 삼성증권 장영규채권분석팀장은 “채권 수요심리 자체가 아주 약하지만 금리 수준이 이를 되돌릴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전날까지 관망세가 지배하던 시장에서는 이날 3년만기 국고채 금리의 상한선을 7.2%나 7.3% 등으로 거론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또 외환은행 채권팀의 한 관계자는 “경험상 MMF에 환매요구가 나올 때가 금리 고점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며 “대규모 환매가 있었던 26일 이후 국내외 은행에서 조금씩 매수 주문을 내고 있다”고 전했다. 세이에셋자산운용 김찬주채권운용팀장은 “이번 대책으로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보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도 “7% 초반대에서는 채권을 사서 매매이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진·이나연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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