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숨진 딸 퇴직금 장학금으로 내놔

  • 입력 2001년 4월 26일 22시 17분


가난한 50대 부부가 주경야독(晝耕夜讀) 끝에 대학진학의 꿈을 이뤘다가 꽃을 피우지 못하고 교통사고로 숨진 딸의 퇴직금을 장학금으로 내놔 주위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하고 있다.

충북 청주시 율량동에 사는 박명순(朴明淳·57), 신경자(愼京子·57)씨 부부는 24일 숨진 딸 지영(26)씨의 모교인 괴산군 증평읍 증평정보고를 찾아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1000만원을 기탁했다.

지영씨는 95년 정보고를 졸업한 뒤 괴산축협에 다니면서 대학 진학의 꿈을 키워오다 올해 주성대에 합격했으나 합격통지를 받은 지 불과 며칠 만인 2월 11일 오전 직장에 출근하다 교통사고로 숨졌다.

이번에 장학금으로 내놓은 돈은 지영씨의 퇴직금 800만원과 명순씨가 딸의 등록금으로 마련해 놓은 200만원을 합친 돈.

명순씨는 “딸의 49재(齋)를 마친 뒤에야 마음을 추스르고 딸 몫의 돈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 지영이처럼 대학 진학의 꿈을 품고 있으나 돈이 없어 애태우는 후배들에게 자그마한 도움이라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명순씨는 3년 전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 직장을 잃은 뒤 택시운전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괴산〓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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