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친숙한 사이트일수록 구매율 높아

  • 입력 2001년 4월 22일 19시 00분


인터넷, 익숙한 것이 좋다

미국인에겐 맥도널드 효과가 있다. 외국에 나가서도 맥도널드 가게에 가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말한다. 맥도널드에서는 어떤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지가 이미 훤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자신에게 익숙한 것을 다시 찾는 성향을 갖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인터넷 쇼핑에서 이 맥도널드 효과의 대표주자는 단연 아마존닷컴과 디자인이 비슷한 쇼핑 사이트들이다.

예를 들어, 다음 주에 아마존과 비슷한 새 디자인으로 홈페이지를 단장할 예정인 아기용품 전문점 베이비스 ‘R’ 어스는 벌써부터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미셸 슬래탈라 기자는 베이비스 ‘R’ 어스의 새 디자인 샘플 페이지를 보면서 자신에게 꼭 필요하지도 않은 유모차를 사고싶다는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아마존닷컴은 ‘그냥 구경이나 하자’는 생각에 접속했던 인터넷 사용자들이 결국 물건을 구매하게 되는 비율(소비자 전환율)이 놀라울 정도로 높은 사이트로 꼽힌다. 펜실베이니아대 워튼 스쿨의 마케팅 전공 피터 페이더 교수는 “업계의 전반적인 소비자 전환율은 3∼5%이지만, 아마존의 경우에는 15%에 육박한다”고 말한다.

아마존의 소비자 전환율이 높은 이유는 물론 친숙함이다. 아마존의 홈페이지에서 검색 상자는 왼쪽에 있으며, 쇼핑 카트 아이콘은 오른쪽 위에 있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아마존의 이러한 디자인에 이미 익숙하기 때문에 다른 쇼핑 사이트들도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페이더 교수는 “아마존이 지금과 같은 디자인을 다른 사이트들보다 더 오랫동안 사용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그러한 디자인이 기준이 되었으며 사람들의 쇼핑 습관도 거기에 맞게 길들여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마존의 디자인이 단순히 우리 주변에 오랫동안 존재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에게 편안하고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의 쇼핑 습관을 연구하고 있는 에릭 존슨 박사(콜럼비아대 교수)는 아마존이 고객들의 반응에서 많은 것을 배웠으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홈페이지 디자인을 꾸준히 개선해왔다고 지적한다. 아마존이 검색상자와 메뉴를 페이지 왼쪽에 배치한 것도 사이트에 접속한 소비자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향하게 되는 곳이 바로 그곳이기 때문이다.

베이비스 ‘R’ 어스가 이번에 아마존의 이러한 디자인을 채택하기로 한 것은 최근 아마존과 협정을 체결하고 파트너가 된 때문이다. 이 협정에 따라 베이비스 ‘R’ 어스는 앞으로 아마존이 운영하는 사이트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게 된다. 아마존은 이미 베이비스 ‘R’ 어스의 형제라고 할 수 있는 장난감 전문점 토이스 ‘R’ 어스와도 비슷한 협정을 맺은 바 있다.

만약 아마존이 앞으로 계속해서 다른 소매점들과도 비슷한 관계를 맺는다면, 언젠가는 맥도널드 효과라는 말 대신 아마존 효과라는 말이 쓰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월마트나 베스트 바이 같은 대형 소매점들과 아마존 사이에 이미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http://www.nytimes.com/2001/04/19/technology/19SHOP.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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