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솔향 가득한 산골학교서 '봄날 숲속 음악회'

  • 입력 2001년 4월 22일 18시 42분


전북 임실군 섬진강가의 소나무 숲에서 '봄날의 숲속 음악회'가 열려 관심을 모았다
전북 임실군 섬진강가의 소나무 숲에서
'봄날의 숲속 음악회'가 열려 관심을 모았다
솔잎 향기 가득한 음악회였다.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에 자리잡은 전북 임실군 운암면 마암리 운암초등학교 마암분교. 21일 오후 3시반 전교생이 17명에 불과한 이 산골 분교의 뒷동산 소나무 숲 속에서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같은 ‘봄날의 숲 속 음악회’가 열렸다.

‘길 떠나는 객석―노래하는 섬진강.’ 연극배우이자 공연예술 전문지 ‘객석’ 발행인인 윤석화씨가 공연장이 아닌 자연 속에서 예술가와 관객이 만나는 자리를 만들자는 취지로 기획한 문화기행 프로그램의 첫번째 순서.

윤씨는 이 학교 교사로 있는 ‘섬진강 시인’ 김용택씨의 시에 반해 지난 겨울 이곳을 찾았다가 첫 번째 공연지로 이곳을 정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첼리스트 양성원(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 피아니스트 문익주씨(서울대 음대 교수)가 나와 쇼팽의 ‘첼로 소나타’와 ‘화려한 폴로네즈’,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를 연주했다.

윤씨와 김용택씨는 김씨의 시집 ‘그 여자네 집’중 ‘그대 생의 숲 속에서’와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를 낭송했다. 이어 마암분교 학생들은 자신들이 쓴 동시에 작곡가 백창우씨가 곡을 붙인 ‘담벼락’‘비가 온다’를 합창했다.

서울에서 온 음악팬 120여명과 동네 주민 등 200여명의 관객은 국내 최정상급 연주자들의 음악과 바람결에 실려오는 봄꽃 향기에 취해 탄성을 연발했다.

윤씨는 “이렇게 맑고 아름다운 공간에서 듣는 음악과 시야말로 진정 살아 숨쉬는 예술이다”고 말했다.

연주회가 열린 숲 곳곳에는 이 학교 어린이들이 쓴 동시가 걸려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고 이 행사를 도왔던 삼익악기측은 이 학교에 피아노 1대를 기증했다.

<임실〓김광오기자>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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