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음]지휘자 시노폴리 연주도중 사망

  • 입력 2001년 4월 22일 18시 42분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 지휘자 주세페 시노폴리가 20일 독일 베를린의 도이치 오페라 하우스에서 베르디의 ‘아이다’를 지휘하던 도중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향년 55세.

목격자들은 시노폴리가 오페라 3막을 지휘하던 중 갑자기 넘어져 지휘석 아래로 굴러 떨어졌으며 연주는 그대로 중단돼 청중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고 전했다. 시노폴리는 곧바로 구급차에 실려 가까운 병원으로 향했으나 소생하지 못했다.

1946년 베네치아에서 출생한 시노폴리는 구 동독 드레스덴 시의 시립교향악단 격인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의 음악감독을 지냈으며 영국의 필하모니아 교향악단 등을 지휘, 도이체 그라모폰 사가 내놓은 말러 교향곡 5번, 멘델스존 교향곡 4번,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 등 숱한 명음반을 남겼다.

그의 음악은 유장하고 섬세하면서도 인간의 심오한 내면을 표현해내는 신주관주의적 경향을 띠었다. 이탈리아인인 푸치니와 베르디의 오페라 이외에도 독일 오스트리아의 고전 낭만주의 음악에 두루 정통해 리카르도 무티, 사이먼 래틀 등과 함께 21세기 지휘계를 이끌어갈 거장으로 평가받아 왔다.

우리나라에는 1995년, 2000년 두 차례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을 이끌고 내한했으며 1997년에는 첼리스트 장한나와의 협연으로 영국 EMI사에서 하이든의 첼로협주곡집 음반을 발매하기도 했다. 오페라 ‘루 살로메’ 등을 작곡해 작곡가로서의 역량도 인정받았다.

그는 전공한 음악 이외에 고고학에도 정통했고, 1992년 파도바대에서 외과학으로 의학박사 학위도 받은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그의 의학지식도 자신에게 닥친 심장마비는 미리 막지 못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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