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난개발 용인 "후유증만 쌓이네"

  • 입력 2001년 4월 19일 18시 59분


‘아파트 진입로 개설, 쓰레기 소각장 악취, 하수처리장 건설문제….’

수지, 구성 등 경기 용인시 서북부지역 아파트 단지에 주민들이 속속 입주하면서 도시기반시설 미비 등 난개발에 따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용인 YMCA 길병수 실장(33)은 “도시기반시설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수많은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예상됐던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수지지역은 불과 5, 6년 사이에 수지 1, 2지구 죽전취락지구 상현취락지구 신봉지구 성복지구 동천지구 죽전지구 등 10여곳의 대단위 택지가 개발돼 인구가 급증하면서 대표적인 난개발지역이 됐다.

▽진입로 시비〓수지읍 상현리 성원아파트 주민 200여명은 최근 용인시청 앞에서 삼성 7차 아파트 진입로 개설 공사 중단과 용인시의 주먹구구식 졸속행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다. 삼성측이 500여가구의 아파트를 지으면서 성원아파트 주민들이 진입로로 사용하고 있는 왕복 2차로 도로에 새 도로를 연결하기 위한 공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

주민대책위 장우천씨(47)는 “용인시가 주민공청회도 없이 진입로를 허가한 것은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000여세대가 반대서명을 마쳤고 일부 주민은 번갈아 공사현장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최근 입주가 시작된 수지 서원마을 현대홈타운 주민들은 아파트 진출입에 불편을 겪고 있다. 서울방면으로 출근하기 위해서는 2km씩 우회해야 국도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 아파트 입구에도 별도의 진입차로가 없다.

▽수지하수처리장 건설〓죽전취락지구 동성, 대진, 벽산, 길훈아파트 주민들로 구성된 주민대책위는 18일 오전 주민 수백명이 동성아파트 앞 도로를 점거한 채 하수처리장 건설반대 집회를 열었다. 주민들은 “환경부 지침에 따라 하수처리장을 분산해 지어야 한다”는 입장. 이들은 20일 용인시청 앞에서 2000여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소각장악취와 대기오염〓수지 1지구 주민들은 인근 동천리 마을 가구공장의 폐목재, 비닐, PVC 등을 태우는 소각장에서 풍겨오는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 주민들은 “소각냄새 때문에 출근길 기분을 망치기 일쑤”라며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소각장을 폐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죽전취락지역 일대 먼지를 수거, 측정한 결과 이곳에서 발생하는 먼지 속에는 인체에 유해한 납(Pb)이 0.8㎍/㎥(마이크로그램·1㎍은 100만분의 1g)로 우리나라 연간 평균기준치(0.5㎍/㎥)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타 주민불편〓구성면 마북리 정광산호 아파트 주민들은 인근 아파트 건설현장의 발파작업으로 창문을 열지 못할 정도의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이 밖에 최근 입주가 시작된 상현리와 신봉리 일대 아파트들도 도로 미비, 대중교통 불편, 생활 편의시설이 부족 등으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용인시도 난개발에 따른 문제점들을 인정한다. 시관계자는 “난개발 방지를 위해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조속히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용인〓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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