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도메인 국제분쟁 한국만 멍든다

  • 입력 2001년 4월 17일 18시 42분


한국이 국제 인터넷 도메인 주소 분쟁에서 잇따라 패소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한국 인터넷회사들은 세계 유명회사의 상표를 도메인 주소로 등록한 뒤 해당 기업에 비싼 값으로 팔려다 도메인 불법점유 혐의로 패소하기도 한다.

이는 한국이 도메인 선점에만 집착하고 관리 유지에는 소홀함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유엔 산하 세계지적재산권협회(WIPO)는 인터넷의 발달로 ‘사이버스쿼팅’(cybersquatting·도메인 불법점유)이 급증함에 따라 99년말 ‘도메인분쟁 중재센터’를 설립, 분쟁을 해결해오고 있다. 분쟁 대상은 ‘.com’ ‘.org’ ‘.net’ 등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도메인 주소.

WIPO가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www.wipo.org)에 공개한 분쟁중재상황에 따르면 분쟁 제소 건수가 99년 1건에서 2000년에는 1841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들어서만 4월11일 현재 530건에 이른다.

한국은 이 기간에 76건을 제소당해 미국(1187) 영국(205) 스페인(137)에 이어 세계 4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미국 영국 스페인은 스스로 제소한 건수(원고)도 각각 1139건, 226건, 126건으로 원고와 피고의 비율이 거의 비슷했는데 한국의 경우 제소한 건수는 5건에 불과했다.

따라서 한국은 국제 도메인 분쟁에서 일방적으로 제소만 당하고 있는 셈이다.

WIPO의 중재 결과에서도 한국은 참패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말까지 결정(판결)난 분쟁 가운데 한국관련 사건 12건의 결정문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한국은 10건에서 패소, 도메인을 해당 외국기업에 빼앗겼다.

나머지 2건 가운데 1건은 청구기각이었으며 1건은 원고(가수 조용필씨)와 피고(I사)가 모두 한국인이거나 한국기업인 사건. 결국 순수하게 한국이 이긴 사건은 1건에 불과하다.

WIPO의 결정문에 나타난 패소이유나 내용을 보면 더욱 심각하다. 도메인 주소를 ‘부정 목적(Bad Faith)’으로 불법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기 때문.

WIPO는 ‘유명 상표와 같은 도메인을 선점한 뒤 해당회사에 돈을 요구하는 행위’를 ‘부정목적’의 가장 중요한 근거로 삼고 있다. 중재결정에서 패소한 상당수 국내 기업들은 상대방 회사에 돈을 요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다른 나라 회사의 함정 단속에 쉽게 걸려드는 것도 문제다. 결정문 분석 결과 상대방 회사들은 국내 유명 로펌의 변호사들을 고용해 국내 도메인 사업자들의 전화통화를 녹음하거나 E메일을 수집해 WIPO에 증거자료로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2000년도 한국관련 주요 도메인분쟁 중재 결과
제소된 도메인 주소신청인(원고)피신청인(피고)결정내용결정 이유
worldcup2002.com 등 월드컵 관련 도메인 15개FIFA한국인 정모씨 등이전명령
(transferred)
부정목적
(bad faith)
toeic.netETS(미국 영어시험 기관)Netkorea
toefl.net
sgs.net 등 2개스위스 SGS사Inspectorate Korea
flammarion.com 프랑스 회사한국 이모씨
maersksealand.com 등 2개덴마크 회사한국 대전의 웹 회사
ikea-korea.com네덜란드 회사Evezen Korea
ikeakorea.com한국 허모씨
monsantopharmacia.com 등 2개스웨덴 회사한국 개인회사
bancodobrasil.com브라질 회사
mymp3.com미국 MP3.com사한국 샌더스청구기각
(denied)
choyongpil.com가수 조용필한국 개인회사이전명령부정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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