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개委 말로만 "민+관 합동기구"…공정위 '목소리 독점'

  • 입력 2001년 4월 12일 18시 58분


정부가 신문고시(告示) 제정을 추진하면서 관련 회의 내용을 공개할 때 정부측 인사가 발표를 독점하는 등 민관합동기구인 규제개혁위원회의 설립 취지를 퇴색하게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고시 제정을 주도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규개위 회의에서 자신에 유리한 참고인들을 고르고 기자간담회를 자주 열어 신문고시 제정의 필요성을 반복 설명하는 등 ‘여론몰이’에 나서는 ‘불공정 행위’를 일삼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정위는 독점의 폐해를 단속하는 기관인데 스스로는 민간인들의 입을 막고 정부 목소리로 분위기를 ‘독점’하는 행태를 보인다는 지적이다.

▼회의브리핑 정부가 도맡아▼

▽민관합동기구에서 민간 목소리는 막아〓규제개혁위원회(www.rrc.go.kr)는 국무총리실 산하 민관 합동의 의사 결정기구로 위원회 성격상 민간위원들이 더 많다. 최종 의사 결정을 내리는 전원회의의 경우 전체 20명중 민간위원이 13명이나 된다. 규개위는 지금까지 신문고시 부활을 위한 심의를 하는 3차례 분과회의를 열면서 1차회의 때는 회의 결과를 아예 발표조차 하지 않았고 2, 3차 회의 내용 발표는 모두 정부측인 국무조정실에서 맡았다.

나승포(羅承布)국무조정실장의 대리인으로 회의에 참석한 정강정(鄭剛正)국무조정실 규제개혁조정관이 대변인 역할을 한 것. 규개위 경제1분과위원장인 안문석(安文錫·행정학)고려대교수는 2차례 브리핑에서 한번도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민간위원들은 회의 내용을 공정하게 보도하도록 하기 위해 안교수가 회의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낫겠다는 의견을 냈으나 그는 “대학교수 신분으로 나서기가 곤란하다”며 “규개위 참석도 봉사한다는 차원이지 본업이 아니다”고 브리핑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교수는 또 기자들의 취재에도 일절 응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민간위원들의 의견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등 회의 결과 해석을 놓고 혼선이 빚어졌다.

▼시민단체 의견에만 귀기울여▼

▽공정위, 규개위 회의 때마다 분위기 잡아〓공정위는 3차례 분과위가 열리는 중에 3번이나 ‘고시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 자료를 내놨다. 1차회의 직후엔 기자들에게 개별적으로 메일을 뿌려 홍보했고 2차회의 직후 조학국(趙學國)사무처장이, 3차회의 직전엔 이남기(李南基)위원장이 직접 나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모두 고시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공정위는 또 신문고시에 대한 이해 단체들의 의견 수렴 과정에서 정작 당사자인 신문협회측 의견은 거의 무시한 반면 시민단체 주장은 대부분 받아들이는 편향된 정책 입안 자세를 드러냈다.

▼참고인 선정도 일방통행▼

▽규개위 참고인 진술도 형평 원칙 논란〓규개위 분과위에서 그동안 의견을 들은 참고인 선정 방식도 문제로 지적된다. 규개위는 2차회의에서 신문공정판매인총연합회(신판협)를 참고인 자격으로 불렀는데 여기서 5명이나 참석토록 허용했다. 각 단체에서 1명씩 참석하는 데 비하면 의견 수렴 과정이 한쪽에 치우쳤다는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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