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인터뷰]양파 "광기어린 뮤지션이고 싶다"

  • 입력 2001년 4월 12일 10시 27분


2년여 공백끝에 4집 'Perfume'으로 돌아온 양파(본명 이은진)가 R&B 발라드곡 'Special Night'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그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는 한층 깊고 원숙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98년 '애송이의 사랑'으로 데뷔할 당시 풋풋한 소녀였던 그는 이제 성숙한 여인으로 '특별한 밤'을 노래한다.

10일 오후 서울 남대문의 음악 공개방송 현장에서 만난 양파는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각종 매체와의 인터뷰에 응하느라 여기 저기로 옮겨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파의 얼굴은 무척이나 밝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가요계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일까? "저 많이 변했죠"라며 함박웃음을 짓는 양파로부터 요즘 심경과 미국 생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얼굴이 약간 야윈 것 같다.

- 한국에서는 노래부르는 것 외에는 집밖을 나간 적이 없었는데 미국에서는 걸어다니고 운동하고 밥도 제 때 못 먹다보니 살이 많이 빠졌다. 특히 젖살이 빠져서 얼굴이 갸름해보일 거다. 항간에는 내가 성형을 했다 지방 흡입술을 했다는 소문도 있다던데 말도 안된다.

▼ 4집이 각종 음악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 예전에는 공백이 길어지거나 반응이 생각보다 못하면 불안해했었는데 요즘은 그런 게 없다. 편안하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뿐이다.

▼ 오랜만에 무대에 선 느낌은 어땠나?

- 가수들이 너무 많이 바뀐 것 같아 약간은 낯설기도 하지만 팬들을 다시 만나 기분이 좋다. 그동안 라이브로 노래를 불러왔는데 최근 감기가 걸려 AR(미리 녹음한 테잎)로 부른 적이 있다. 미안하더라.(웃음)

▼ 음반 제작이 상당기간 늦어진 것으로 아는데.

- 욕심을 내다보니 늦춰졌다. 알면 알수록 어려워지는 게 음악이더라. 가사를 직접 쓰기 위해 날밤을 새다 위궤양 증세가 악화돼 한달 동안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 이번 앨범은 발라드는 물론이고 록, 테크노 등 다양한 장르를 담았는데.

- 2집을 발표한 뒤 제3세계, 록 등 다양한 음악을 들었다. 데뷔할 때 R&B 가수로 너무 강한 인상을 준 것 같아 거기서 탈피하고 싶었다.

▼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노래는?

- 자작곡인 'My Song'이다. 이번 음반에서 가장 대중적인 노래다. 다소 강한 비트를 가미한 '본능'과 '님'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녹음한 '부럼'의 경우 노래를 부르다 감정이 격해져서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난다.

♬ 양파 4집 노래듣기

  - Special night
  - 그대 없는 나
  - My song
  - 본능

▼ 미국 생활은 어땠나?

- 자유로웠다. 짜여진 틀에서 벗어나 나를 다시 볼 수 있었다. 비슷한 또래의 외국인 친구도 사귀었고 유럽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프랑스에서 싱어송 라이터 정재형 선배를 만나기도 했고 유레일 패스를 타고 가다 지갑을 날치기 당해 곤혹스러웠던 상황도 있었다.

▼ 최근 버클리 음악 학교와 관련해 정식 학교 논란이 일고 있다. 그곳에서 공부를 하는 것으로 아는데.

- 가수 싸이가 버클리 음악학교를 나온 것을 두고 그런 얘기가 나온 것 같다. 미국 보스톤에 위치해 있고 정식 명칭은 '버클리 칼리지 오브 뮤직'이다. 버클리 주립 대학과는 다른 단과대학이지만 4년제 학교고 체계적인 음악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여느 대학처럼 2년 동안은 특별한 전공없이 다양하게 배울 수 있다. 김동률 선배도 이곳에서 영화 음악을 공부하고 있다. 김 선배는 영화 음악에 푹 빠져있는데 한번은 일본의 연주가 사카모토 류이치가 학교에서 펼친 공연을 본 뒤 "건반을 만질 엄두가 안난다"며 감탄을 연발하기도 했다.

▼ 어떤 과목이 가장 인상깊었으며 앞으로 학업을 계속할 예정인가?

- 존 레넌의 음악에 대한 과목과 아방가르드 퍼포먼스가 재미있었다. 1학년을 마치고 가수활동을 위해 휴학을 한 상태인데 앞으로 계속 여기서 공부할지는 모르겠다. 졸업에 연연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 요즘 최대 관심사는 무엇인가?

- 미국에 있을 때 거의 매일 영화를 보다시피 했는데 하루에 영화를 3편 본적도 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을 비롯해 <존 말코비치되기> <어둠 속의 댄서>가 기억에 남는다. 기회가 된다면 영화음악에도 도전하고 싶다. 가끔 김동률 선배와 음악에 대한 얘기를 나누곤 하는데 스트링 편곡이 정말 어렵더라.

▼ 이제 20대가 됐다. 10년 뒤의 양파는 어떤 모습일까?

- 이것 저것 많이 경험해 보고 싶다. <어둠속의 댄서>에 출연한 비욕같은 뮤지션이 꿈이다. 영화에서 자연스럽게 몰입하는 비욕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런 광기어린 음악인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려면 아직도 공부할게 많다.(웃음)

▼ 다음 앨범은 해외 진출을 위한 음반으로 만든다고 하던데.

- 4집활동을 마무리하고 작업에 들어간다. 토니 브랙스턴 1집 프로듀서였던 러셀 밴포드, 디온 워윅의 노래를 만들어준 테리 할먼드 등이 참여할 것 같다. 올초 한일 문화교류 차원으로 후쿠오카에서 공연을 했는데 일본 진출도 계약단계에 와있다.

▼ 요즘 가장 큰 고민은?

- 가수 양파와 인간 이은진 사이에서 갈등이 많다. 스타 위주의 사회가 염증이 느껴진다. '애송이의 사랑' 당시의 이미지를 깨고 더 큰 이은진으로 거듭나길 원한다.

▼ 콘서트 계획은 갖고 있나?

- 2집때 첫 단독 공연을 가졌는데 나 스스로 실망스러웠다. 멋진 콘서트를 열고픈 마음은 있지만 내 음악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상황이 돼야 공연을 열 것 같다.

▼ 끝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4집을 열심히 만들었지만 아쉬움도 많다. 미국 생활은 나에게 과도기였고 점차 적응해 나가고 있다. 앞으로도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

황태훈 <동아닷컴 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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