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제·주·오감(五感)

  • 입력 2001년 4월 11일 18시 57분


제주도 푸른 섬, 순수의 땅과 바다. 그래서 제주도에 가면 오감(五感)이 새로이 열린다. 새파란 물과 하늘. 그 상큼한 푸른 빛에 씻겨 눈빛은 맑아진다.

쉼없이 귓전을 때리는 파도와 바람의 소리. 휴대전화 벨소리와 소음에 무뎌진 귀청이 단박에 시원스레 뚫린다.

이 뿐인가. 샛노란 유채, 하얀 감귤꽃의 상큼한 향기. 공해와 먼지로 퇴화된 후각은 꽃향기로 되살아 나고 갓잡은 고등어 맨살 베어문 입안 혀끝에서는 상큼한 바다가 진하게 느껴진다.

오감이 열리니 손에 닿는 모든 것이 새롭고 귀중하다.

‘성산포 시인’이생진. 그는 제주도 수평선에 눈 베이고 파도에 귀를 찢겼다고 썼다. 그저 바다만의 세상 하면서 당하고만 있었다고 했던가. 그 달콤한 폭력에 끌려 찾아온 봄빛 도도한 이 섬, 제주도….

◇감귤, 유채꽃 향기 진동, 고등어-갈치회 별미, 꿩알찾기등 행사 다양◇

●눈으로 느끼는 섬〓색맹일지라도 빨갛게 칠할 순 없다는 성산포 푸른 바다. 그 푸르름이 그리워 찾은 바닷가에서는 작은 반란이 일고 있었다. 축제를 펼치듯 활짝 핀 섭지코지의 샛노란 유채꽃밭이다. 바다의 파랑과 유채밭의 노랑. 현란한 색채의 격렬한 충돌은 예만이 아니다. 오름중의 오름, 송악산 중턱쯤에 걸쳐 있는 천길 만길 벼랑위의 넓은 뜨락도 샛노란 유채꽃밭으로 변했다. 파란 바다 한가운데 노란 섬의 형국이다. 멀리 가파도, 더 멀리 마라도, 그 앞에 노랑 유채밭. 뒤를 돌아 보면 파릇파릇한 초원에서 풀뜯는 말, 산등성이에 누워 잔뜩 게으름 피우는 흑염소 무리. 저마다 색깔로 채색된 제주도의 봄에 안기면 잿빛 일색의 도시에서 닫혔던 눈망울이 화려한 빛의 잔치에 놀라 번쩍 열린다.

●귀로 느끼는 섬〓남원 큰엉(해안 바위절벽·남제주군 남원읍)은 언제 가도 파도의 아우성으로 소란스럽다. 여기서 온전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파도는 바위에 부딪혀 깨지고 바위는 파도에 맞아 부서진다. 그 치열한 파열음이 삶의 나태함도 붕괴시킨다. 바람많은 제주에서 바람탓이란 있을 수 없다. 송악산 정상의 분화구옆 바람구멍에 서서 바람의 힘을 느껴보라.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바람, 그래도 실체는 너무 분명하다. 황소마저 날릴 듯한 무시무시한 힘에 전율이 인다. 나태한 일상, 가식의 껍질이 그 바람에 날려 간다.

●코로 느끼는 섬〓제주도에서 가장 따뜻한 마을 남원. 덕분에 감귤밭이 지천인 곳. 요즘 감귤 비닐하우스 실내는 만발한 감귤꽃으로 꽃대궐이다. 아카시아향과 엇비슷한 진한 꽃냄새. 하얀 감귤꽃 향내다. 감귤꽃 향기로 몸과 마음을 씻어내자. 아로마 베이딩(Aroma Bathing·향기목욕)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성산 일출봉 부근의 섭지코지, 송악산 중턱의 전망대, 산방산 아래, 사계리해안 부근은 노란 유채꽃이 밭을 이룬 곳. 유채밭에서는 사진만 찍지 말고 진한 꽃향기도 깊이 들이마셔 보자. 사진을 볼 때마다 그 향기가 되살아 날 것 같지 않은가.

●혀로 느끼는 섬〓바다 냄새가 솔솔 나는 섬의 미각. 그 중 으뜸은 역시 제주도 바다의 상큼한 맛이 바로 느껴지는 고등어와 갈치, 오분자기(떡조개)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곧바로 찾은 제주시 서부두 수협공판장 앞 식당가. 두툼하게 썰어낸 빨간 고등어 생살, 국수가락처럼 길쭉하게 썰어 놓은 하얀 생갈치살. 잡는 즉시 먹지 않으면 상하고 마는 이 까다로운 생선은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도가 아니면 도저히 맛볼 수 없는 것들이다. 여기에 커다란 무와 파를 넣고 갖은 양념에 끓인 고등어와 갈치조림, 갈치국과 고등어국 등등…. 모두가 제주도의 맛이다. 오분자기 듬뿍 넣고 뚝배기에 된장풀어 시원하게 끓여 내는 해물뚝배기 아침식사에, 타박타박한 고기맛이 일품인 토종 흑돼지 삼겹 오겹살구이 점심, 싱싱한 횟감으로 소줏잔을 기울이는 저녁식사. 갈치잡이 배가 켜놓은 환한 집어등으로 점점이 불야성을 이룬 제주 밤바다가 창가에 놓인다면 금상첨화다.

●손으로 느끼는 섬〓제주도 오감체험의 열쇠는 바로 손에 있다. 체험에는 반드시 발의 노고가 동반되기 마련. 그러나 자동차가 발달한 요즘 세상에서는 발품 대신 손품만 팔면 된다. 특히 도로가 잘 정비돼 있고 렌터카가 많은 제주에서는 핸들만 쥐면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다. 한밤중 제주항이 내려다 보이는 사라봉(제주시) 언덕에 올라 바라보는 불켜진 등대, 대서양과 인도양이 만나는 아프리카대륙의 최남단인 희망봉의 해안절벽을 쏙 빼어닮은 남원 큰엉의 산책로(1.4㎞)를 따라 파도소리 들으며 즐기는 아침산보, 갈매기떼로 뒤덮인 수월봉 아래 놉고메에서 즐기는 갯바위 해안도로 드라이브…. 제주에서는 렌터카가 여행자의 오감을 활짝 열어주는 열쇠다.

◇렌터카 패키지◇ 투숙객에게 렌터카를 무료로 제공하는 패키지. ▽이색숙소 자유여행〓제주동양렌트카(064―711―8288)는 펜션형 이색숙소(1박에 10만원)에 머무는 신혼부부나 일반 여행자에게 렌터카(48시간)를 무료 제공한다. 2박3일에 16만원. 숙소는 전원주택풍의 해오름리조트, 카라비안리조트와 풍차마을풍의 그린리조트. ▽펜션, 호텔 허니문팩〓대장정여행사(02―3481―4242)는 이색숙소에 머물며 렌터카로 자유롭게 허니문을 즐기는 패키지를 판매중. 숙소는 감귤밭 혹은 삼나무숲 같은 전원지대의 펜션 혹은 리조트풍의 롯데호텔(중문단지). 펜션허니문은 2박3일에 20만원, 3박4일에 25만원, 롯데호텔 허니문은 각각 35만원과 40만원. 대여차량은 2000㏄ 오토 신형차량. 제주 동영상이 담긴 CD롬에 기념사진을 담아 준다. 문의 www.djj.co.kr(왕복 항공요금은 별도).

◇제주 유채꽃 잔치◇ 21, 22일 이틀간 북제주군 조천읍 교래리 삼다수공장 주변에서 펼쳐진다. 제주전통혼례 유채꽃길에서 승마체험과 미로찾기 꿩알찾기 사진촬영 등 다양한 행사가 준비된다.

<글·사진 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제주의 밤이 싱겁다니요, 이런 곳 가보셨나요?◇

‘밤이 괴로운’ 제주도. 나이트 라이프가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변하고 있다. ‘밤문화’에 눈 뜬 몇몇 숙소에서는 추억으로 남길 만한 멋진 ‘제주도의 푸른 밤’을 선사중.

▽화산분수쇼〓지난해 중문단지 바닷가 언덕위에서 개장된 국내 최초의 ‘리조트 호텔’ 롯데제주가 인공암벽과 호수에서 물과 화염, 조명 그리고 로봇(용)을 이용해 15분간 펼치는 환상적인 볼거리.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미라지 호텔에서 매일 펼치는 ‘용암쇼’ 제작사인 스펙트라의 최신작이다. 폭음과 화염, 그리고 워터스크린과 분수쇼가 혼합돼 있다. 매일 저녁 8시반에 시작. 야외뷔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서 감상하면 좋다. 064―731―1000

▽야외 홈시어터〓제주지역 펜션의 대명사인 ‘남원 통나무집’(대표 방수길·064―764―2095)에서는 매일 저녁 통나무집의 야자수 우거진 잔디마당이 야외영화관으로 변한다. 물론 투숙객을 위한 것으로 무료. 빔 프로젝터를 이용, 대형화면에 DVD영화를 틀어주는데 4개의 스피커에서 나오는 강력한 음향이 실내 영화관을 방불케 한다. 근처에는 제주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책로인 남원 큰엉과 신영영화박물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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