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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4월 9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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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업계에 따르면 IT벤처 메카인 서울 벤처밸리엔 외국 ‘견학단’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데 일부 방문단은 벤처기업의 향후 전략뿐만 아니라 기밀 사항까지 깊숙이 질문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일본 인사와 기업은 펀딩을 조건으로 핵심 벤처기업의 중장기 사업 계획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기업 기밀을 빼내기 위한 위장 견학이 아니냐”는 지적을 낳고 있다.
국내 한 인터넷 경매업체의 Y사장은 작년말 일본의 한 컨설팅업체로부터 일본에서 공동 사업을 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Y사장은 함께 일본에 진출할 수 있다는 사실에 고무돼 지적재산권에 해당하는 비즈니스모델(BM)과 관련 기술, 사이트 운영 노하우 등에 관해 상세히 설명했다.
그러나 이 컨설팅 회사는 “일본에도 비슷한 사업 모델이 있다”고 이야기한 뒤 돌아가 연락을 끊었다. Y사장은 이 컨설턴트가 일본에 비슷한 비즈니스모델을 가진 업체의 사장과 친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Y사장은 “당시에는 보안에 관한 노하우가 없어 비밀보장각서(NDA)도 체결하지 않은 채 설명을 했다”면서 “운영 노하우 등이 일본 업체에 전달됐다는 확증은 없지만 지금까지 꺼림칙하다”고 털어놨다.
웹스토리지 팝데스크(popdesk.co.kr) 서비스업체인 그래텍에는 작년 하반기 이후 지금까지 일본 IT벤처기업과 통신업체 임직원 등으로 구성된 방문단이 6차례나 다녀갔다.
팝데스크 사업은 세계적으로도 한국이 앞서 있는 비즈니스모델. 일본 방문단들은 작년만 해도 개략적인 현황을 질문했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질문이 핵심 기술과 특허 전략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으로 파고들었다.
그래텍 송길섭 대표는 “산업스파이를 방불케 할 만큼 기업 기밀을 정면으로 묻는 사례가 많아 깜짝 놀란다”면서 “NTT도코모 등 대표적인 일본IT기업들은 차세대 인터넷 사업을 알아보려는 한국 언론과 관계자의 방문을 일절 거부하며 보안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것이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서울 벤처밸리와 대전 대덕단지에는 일본 기업인 및 관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벤처기업 관계자는 “일본 여행사로부터 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일본 지방의원의 방문 제의를 받기도 했다”면서 “국내 벤처기업들이 보안에 너무 허술하다”고 말했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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