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달러 사재기' 큰코 다칠 수도

  • 입력 2001년 4월 8일 19시 01분


원-달러환율이 당분간 달러당 1350원 아래서 안정될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무리해서 달러를 사두거나 외화예금에 들어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장기적으론 장담할수 없다. 외국인들은 3개월 이상 장기전망에서 달러당 1400원대를 점치고 있기도 하다. 사실 이번에도 정부가 환율이 다 오를때까지 방치해두었다가 뒤늦게 방어에 나섰다는 지적도 있다.

원-달러환율이 비교적 안정될 것으로 보는 이유는 크게 3가지. 우선 원-달러환율을 크게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던 엔-달러환율이 달러당 125엔 밑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6일밤 뉴욕외환시장에서 엔-달러환율은 123.82엔을 기록했다. 지난 2일 126.7엔까지 올랐던 것에 비해 큰폭으로 떨어진 것.

3월중 미국 실업률이 높아지는등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 점차 환율에도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미국의 무역경상수지 적자가 작년에 GDP(국내총생산)의 5%를 넘었다 며 엔-달러환율이 125∼130엔까지 올라갈 경우 미국의 경상적자가 더 불어날 것이기 때문에 엔-달러환율의 추가상승은 쉽지 않을 것 이라고 밝혔다.

둘째, 외환당국의 환율안정의지가 어느때보다 강하다. 외환당국은 6일 5억달러 안팎의 외환보유액을 풀어 원-달러환율을 23.1원이나 끌어내렸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도 7일 환율안정조치를 내각에 지시했다. 김진표 재정경제부 차관은 최근들어 원-달러환율이 엔-달러환율보다 더 빠르게 오른 것은 투기세력등에 의한 가수요 때문 이라며 가수요로 인해 환율이 급등하지 않도록 적절한 수급조절정책(smoothing operation)에 나설 것 이라고 강조했다. 당국이 정하고 있는 환율은 1350원선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셋째, 무역수지흑자가 늘어나는등 수급측면도 개선되고 있다. 3월중 무역수지(통관기준)는 13억8000만달러로 작년 3월(2억3000만달러)보다 6배나 늘어났다. 1∼3월중 무역수지도 24억3000만달러로 작년동기(5.4억달러)보다 4.5배 증가했다.

이같은 요인을 반영하듯 6일밤 NDF(역외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1342.3원에 마감됐다. NDF 환율이 다음날 서울 외환시장의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할 때 9일 환율도 이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전무는 최근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시장흐름을 타면서 하는 것이어서 성공할 것 이라며 서둘러 달러를 사려고 했다간 되레 손해를 볼수도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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