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IT기업 캐치프레이즈 "더 알기쉽게…더 독특하게…"

  • 입력 2001년 4월 8일 18시 51분


▽한국 IT기업의 목표〓단연 압권은 ‘어영부영 대충대충 하지말자’.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업체인 팬텍은 평범하면서도 꼭 필요한 근무자세를 금년도 경영목표로 세워 업계에 회자되고 있다. 이 회사 박병엽부회장은 “약간 촌스럽지만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만큼 간단명료하고 외우기도 쉬워 이렇게 정했다”고 설명했다.

“돈을 벌지 못하는 기업은 기업이 아니다” 해피올닷컴의 경영캐치프레이즈는 비장해보인다. 나모인터랙티브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사람들이 늘어난 시간을 좀더 창조적인 일에 쓸 수 있게 하고 좀더 많은 여가시간을 갖게 하자’는 비전도 조금 길지만 차별성이 있다. 일반인들까지 비전이나 경영캐치프레이즈를 알고있는 경우는 한국통신이 거의 유일했다. 114 전화안내를 받을 때마다 귀에 못이 박히게 듣는 ‘사이버월드의 리더’라는 노래 때문.

나머지는 기업은 이렇다할 개성을 보이지 않았다. 경쟁사 차별성도 떨어지는 편. 특히 ‘초(超)’ ‘최(最)’ ‘세계적’ 등 의욕과잉 단어가 눈에 띄게 많아 ‘진하다’는 인상. 일반인이나 업계를 제쳐놓더라도 내부 직원마저 비전이 뭔지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초우량…’ ‘세계일류…’까지는 꺼내놓고 뒷부분을 우물거리는 경우가 대부분.

서울대 국제지역원 문휘창교수(경영전략)는 “국내 굴지의 모 대기업에서 강연할 때 회사 비전을 물었더니 아는 직원이 단 한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IT기업들은〓많은 기업에서 비전이나 미션을 숙지하는 것은 직원들의 중요한 의무중 하나. 시스코에서는 모든 직원이 기업비전과 고객, 기술신앙배제 검약 등 10가지 행동강령카드를 신분증과 함께 걸고 다니며 달달 외운다. 또 중장기 경영환경이 바뀔 때마다 비전을 새로 다듬고 막대한 광고 홍보비를 쏟아부어 회사 외부까지 적극 알린다.

컴팩과 인텔은 지난해부터 하드웨어 업체의 비전을 벗어 던졌다. 컴팩은 ‘모든 것은 인터넷으로’를, 인텔은 ‘세계 인터넷 경제의 기반이 되는 핵심 블록을 제공한다’를 비전과 미션으로 각각 내걸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부터 ‘모든 책상 위에 PC를’이라는 창업 비전을 ‘훌륭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시간 장소 기기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자들이 정보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닷넷 비전으로 갈아치웠다.

▽비전은 이렇게 세워라〓문교수는 “실현가능성이 있고 기업의 발전단계와 문화에 맞아야 좋은 비전”이라고 말했다. 또 “‘세계평화’ ‘인류공영’ ‘사회봉사’ 등 거창한 구호는 기업비전으로 적합지 않다”고 덧붙였다.

컨설팅회사인 아더앤더슨 박재범부장은 “좋은 비전이라도 조직원이 공유하지 못하면 돌덩이를 옮겨야 하는데 각자 다른 방향으로 열심히 밀어 결국 제자리에 있는 결과가 나온다”며 공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천광암·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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