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시민의 소리'에 비친 부산 교통문화 현주소

  • 입력 2001년 4월 4일 22시 17분


월드컵대회와 부산아시아경기대회 등 대규모 국제행사를 앞두고 부산시와 관계기관들이 선진교통문화 정착을 위해 갖가지 캠페인과 행사, 홍보활동 등을 펼치고 있으나 관과 민의 교통의식 수준은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태〓최근 서울에서 직접 차를 직접 몰고 부산으로 출장온 이규철씨(26)가 2일 시 홈페이지 ‘시민의 소리’에 올린 글은 부산의 교통수준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다.

불법주차로 차를 견인 당한 이씨는 보관소에 돈을 지불한 뒤 차를 찾아 시내를 나오다 창문에 이상을 발견하고 수리비를 받기 위해 보관소에 전화를 걸었으나 “담당자가 없다.내일 오라”고 미뤘다. 시간이 없어 112에 문의하니 경찰서 민원실로, 민원실에서는 구청으로, 구청에서는 “우리담당이 아니다”며 발뺌을 해 그대로 귀경하고 말았다. 서울에 간 그는 울화통을 참지 못하고 ‘타지방 사람은 우리나라 국민도 아닌가’라며 시에 항의했다.

조인준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시민의 소리에서 “버스전용차로로 달리는 택시와 얌체 운전자들을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시는 감시카메라 몇 대로 할 일을 다했다고 할 것이 아니라 교통질서를 확립하는데 최선을 다해 줄 것”을 요구했다.

막무가내로 끼어들기하는 시내버스를 나무라다 멱살잡힌 시민,불친절한 시내버스 운전기사를 고발하는 시민 등 올들어 ‘시민의 소리’에 실린 교통관련 글만 500건이 넘는다.

▽관련행사 및 운동〓시는 4월을 ‘선진교통문화의 달’로 정하고 지난해 11월부터 운영해 오고 있는 ‘대중교통이용의 날’ 활성화와 이달부터 매월 첫째 화요일을 ‘질서 월드컵의 날’로 지정해 운영키로 했다. 또 선진주차질서 도우미단 운영과 교통모니터 발대식, 횡단보도 교통사고 제로화운동 등 이달만 10여가지의 행사 및 캠페인 등을 벌일 계획이나 대부분 관(官)주도 행사여서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책〓불법주정차나 교통법규 위반, 시내버스 전용차로 이용 등에 대해서는 우선 강력한 단속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선진교통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전제로 각종 행사 등이 민(民)주도로 열리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시민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여론이다.

<부산〓조용휘기자>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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