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이인제위원 대표연설 "의약분업 백지화 주장 무책임"

  • 입력 2001년 4월 4일 18시 38분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은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한나라당과 이회창(李會昌)총재에 대한 비판은 가급적 삼갔다. “야당도 정권을 흔들어서 집권하겠다는 발상을 버려야 한다”는 등의 표현이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야당을 자극하는 것은 자제한 듯한 인상이었다.

대신 그는 경제와 실업대책, 의약분업 및 공교육 정상화 문제 등 민생현안을 주로 언급하면서 국민의 걱정을 덜어주려는 모습을 보이고자 노력했다. 그는 또 최근 중국과 인도의 정보기술(IT)산업 시찰 경험을 연설에 담아 자신만의 경륜과 비전을 과시하고자 했다.

▼연설문안 당정책위에 맡겨▼

하지만 그의 연설은 당내에서조차 그다지 호평을 받지 못했다.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지만 새롭고 구체적 대안 제시가 부족했고, ‘이인제다운 맛’도 없는 밋밋한 연설이었다는 평이 적지 않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는 게 이 최고위원 측근들의 설명.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이 2월 대표연설 때 당 정책위 및 측근 의원들로부터 광범위한 도움을 받은 것과는 달리 이 최고위원은 측근들의 참여를 일절 배제한 채 모든 것을 당 정책위에 일임했다는 얘기였다.

전용학(田溶鶴)대변인은 “이 최고위원은 대표연설이 대선후보자들간의 경쟁양상으로 부각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당의 정책적 입장을 충실히 대변하는 데 주력했다”고 전했다. 다음은 연설 요지.

▼"하반기부터 경제 살아날것"▼

▽경제 평가〓나라밖 경제사정은 불투명하지만 다행히 우리 경제의 체질은 튼튼해지고 있다. 정부가 주도해온 4대 부문 개혁은 미진한 점이 없지 않으나 일단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우리 경제는 금년도 하반기부터 호조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실업대책〓2월말 실업자수가 다시 100만명을 넘어섰지만 하반기 이후 실업자수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총 3조원 이상의 재원을 투입하여 실업률을 3∼4%대로 낮추고 217만명이 혜택을 받는 종합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서민대책〓월세 인상으로 세입자들의 고통이 증가하고 있다. 당정은 3월에 전 월세 대책을 발표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사태 이후 경제적 어려움으로 신용불량자가 속출해왔다. 당정은 신용규제 제도를 개선, 내용이 경미하고 상습적이지 않은 선의의 피해자들을 빠른 시일 내에 대폭 구제할 계획이다.

▽의약분업〓의약분업은 많은 장점을 지닌 제도다. 다만 정부가 예상되는 문제와 부작용을 철저히 분석, 충격을 최소화하지 못해 국민의 불만과 부담이 크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러나 다시 ‘헌 집’으로 돌아가자고 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야당의 주장대로 국정조사를 실시해 몇 달을 허비해야 하겠나. 당정은 5월중에 명예를 걸고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공교육 정상화〓최근에 교육만큼 정부예산이 급증한 분야는 없다. 그 만큼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공교육정상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2004년까지 약 10조원을 투자할 것이다. 내실 있는 교원연수를 확대하고 교원복지 종합카드제를 실시하겠다. 또 대학별로 특성 있는 입시제도를 정착시켜 나가겠다.

▼"3당 정책연합 불가피한 일"▼

▽3당 정책연합〓우리나라처럼 양당제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반수를 차지한 정당이 없다면 국정을 책임지고 주도해가기 위해 불가피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3당 정책연합을 공고히 한 3·26개각은 정치안정, 책임정치를 구현하는 계기가 됐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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