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연기금 6조 투입…한나절도 못간 '약발'

  • 입력 2001년 4월 4일 18시 32분


정부의 증시활성화 대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500선을 지키지 못하고 2년4개월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코스닥지수도 심리적 지지선인 65선이 뚫리며 7일 연속으로 하락했다. 정부 대책의 상세한 내용이 하나둘씩 전해지면서 꾸준한 오름세를 보인 주가는 대책의 전모가 알려진 오전 11시를 전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관련기사▼
- [증시대책 내용]1년이상 주식보유땐 배당소득 비과세

증시전문가들의 시각도 냉담했다. 신한증권 박효진 투자전략팀장은 “연기금 주식투자 확대는 지난해 말부터 500선이 깨질 때마다 나온 낡은 레퍼토리이며 장기배당투자에 대한 세금 감면은 너무 먼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정부의 고민을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도 이번 대책의 단기효과에 대해서는 고개를 젓는다. 피데스투자자문 김한진 상무(경제학박사)는 “연기금이 주식투자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고 시장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장기투자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정부의 인식에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외환시장에서 발생한 엔화약세라는 충격요인이 채권 및 주식시장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대책이 당장 시장분위기를 바꾸기는 힘들며 다만 장기적으로 시장이 일단 방향을 튼 뒤 정상화 속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기금이 실제로 증시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 규모가 정부의 발표보다 적을 것이며 투입시기도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정부의 방침은 가이드라인일 뿐이며 실제 운용은 각 연기금 운용본부나 운용을 위탁받은 투신운용사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증시관계자들은 사회보장의 성격이 있는 연기금을 단기적인 주가방어에 끌어쓰는 데 대한 여론의 비판도 막상 연기금의 운신폭을 좁힐 것으로 보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무대책이 최선의 대책”이라고 주장한다. 해외요인에 휘둘려 주가가 충분히 떨어지게 되면 어느 순간부터는 저점매수가 시작돼 주가가 자연스럽게 반등하게 될 것을 정부가 불가항력의 시장 흐름에 대항하려 한다는 얘기다. 신영증권 장득수 부장은 “최선의 부양은 정부개입을 자제하고 대신 경기회복과 구조조정에 힘쓰는 것”이라며 “무리한 수요진작책을 쓰면 오히려 외국인들에게 팔고 빠져나갈 기회만 제공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