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의보 부당청구 무더기 고발…병·의원 16곳 업무정지

  • 입력 2001년 3월 30일 18시 52분


자신의 병원건물 안에 간판만 있는 ‘유령 의원’을 개설하거나 가짜 환자를 만들어 진료비를 부당청구하거나 당국의 조사를 거부한 병의원 및 약국 29곳이 형사고발됐다.

보건복지부는 30일 현지 실사를 통해 보험 급여비를 허위 또는 부당청구한 사실이 드러난 16곳과 자료제출을 거부한 13곳을 형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중 급여비를 허위 청구한 16곳에 대해서는 73일부터 248일까지 의료보험 환자를 받지 못하는 업무정지 처분을 내리고 부당청구금 14억9200여만원을 전액 환수키로 했다.

경북 경산의 S병원 대표 최모씨(신경과 전문의)는 같은 건물 다른 층에 간판만 있는 S의원을 차려놓고 의사 2명을 고용한 뒤 진료 내용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8억원의 급여비를 허위 청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자신의 병원을 찾아온 환자가 S의원에도 갔던 것처럼 꾸미거나 한번 진료받은 환자가 여러번 온 것처럼 속이는 수법으로 진료기록부 8000여장을 조작했다. 부당 청구액은 최씨가 99년 4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청구한 급여비의 55%나 된다.

또 서울 개포동 K내과는 전에 병원을 찾은 환자들의 인적사항을 이용, 4900명의 가짜 환자를 만들어 다른 질병으로 여러번 진료를 받은 것처럼 속여 9000여만원을 챙겼다.

서울 신림동 K의원은 환자의 내원일수를 실제보다 부풀리는 수법으로 1700만원을, 서울 역삼동 H치과의원은 비급여 진료로 환자에게 진료비를 모두 부담시킨 뒤 서류에는 보험이 적용되는 것처럼 적어 2000만원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했다가 적발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간판만 내건 유령의원을 차려 놓고 보험급여를 허위 청구한 의료기관이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실사가 강화될수록 의료인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악질적인 신종 수법들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검찰 의-약사 7명 수사착수▼

서울지검 형사2부(김준규·金畯圭부장검사)는 30일 보건복지부가 의료비나 보험급여를 과다 또는 허위 청구한 혐의로 의사 6명과 약사 1명을 고발해옴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다.

복지부의 고발내용에 따르면 서울 K내과는 수천명의 유령환자를 만들어 보험급여 9000여만원을 챙겼고, K패밀리의원은 환자의 내원일수를 부풀려 1700만원을, H치과의원은 환자 본인에게서 비보험 부담금을 받은 뒤 다시 보험이 적용되는 아말감 충전 등의 치료를 한 것처럼 꾸며 2000만원을 각각 청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건강보험공단 및 심사평가원 관계자들을 상대로 고발인 조사를 벌여 부당청구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검토하고 피고발인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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